최순실씨와의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2일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새 총리 후보로 내정했다.
야권은 일체의 협의 없이 개각을 단행한 박 대통령의 행태에 "제2의 최순실 내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다만 김 후보 자체에 대해서는 일단 별다른 평가나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행정학 전문가인 김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데다 교육부총리를 역임했다. 따라서 만약 총리로 최종 인준된다면 각종 갈등 요소가 산재한 교육과 지방자치 분야에서 해법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에게 대폭 권한을 줘 내치를 맡기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총리로서 상당히 발언권을 높이고 본인의 색깔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측 설명대로 김 후보가 '자기 색깔'의 내치에 돌입한다면, 박 대통령의 '숙원 사업'인 역사 국정교과서는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김 후보는 국정화 강행을 놓고 논란이 뜨겁던 지난해 10월 22일 '국정화, 지금이라도 회군하라'는 칼럼을 언론에 기고한 바 있다. "교과서를 국정으로 획일화하여 강제하기보다는 현실이라는 또 다른 교과서를 잘 쓰기 위해 노력하라"는 게 칼럼 요지였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도 비용 부담을 시도 교육청에 전가한 '누리과정'을 놓고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주문한 '짜장면 값'을 스스로 내야 한다는 게 김 후보의 평소 소신이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올해초 언론 기고를 통해 "시골 동네 노인들이 돈이 없어 점심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어떤 서울 사람이 지나가다 자장면을 시켰고, 잠시 후 '철가방' 배달원이 자장면을 배달해 왔다. 자, 이 경우 자장면 값은 누가 내야 할까"란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서울 사람'으로 비유된 중앙정부가 결정한 복지사업인데도, 그저 실행에 옮기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 같은 '철가방'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 후보는 기존 교부금의 일부를 누리과정 예산으로 의무 편성하도록 정부가 강제한 것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는 이름만 남게 되고, 국가 전체의 의사결정 체계 또한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앞서가는 모든 국가가 분권과 자치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 남이 알까 두렵다"는 것. "중앙정부면 중앙정부답게 행동하라"고 일침을 놨던 그는 이제 중앙정부의 '내치 책임자'를 목전에 두고 있다.
김 후보의 이같은 평소 인식은 비단 누리과정뿐 아니라 '청년수당', '공공 산후조리' 같은 지자체들의 복지사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 정권 들어 보건복지부와 행정자치부는 야당 출신 지자체장들이 이러한 자체 복지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사회보장기본법상의 '협의' 절차를 빌미로 번번히 제동을 걸어왔다.
반면 김 후보는 그동안 "지방이 자체적으로 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일단 수용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제재를 가하면 된다"며 "중앙이 무조건 견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김 후보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정책자문단장을 맡았고, 취임 이후에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을 맡는 등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영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201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