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20)씨를 둘러싼 이화여대 입학 및 재학 과정에서의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해 조사중인 교육부가 다음달 중순쯤 감사 착수 여부를 결정한다.
정씨의 어머니인 최순실(60)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를 넘어 '국정 농단'을 주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교육부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25일 "이화여대에 지난 21일 공문을 보내 학칙과 출결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며 "이대측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관련자 등을 대면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조사 기간을 3주로 설정, 다음달 11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조사 결과에 따라 특별감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교육부내 대입제도과에서 정씨의 입학 특혜 의혹을, 또 대학학사제도과에서 학칙 변경 문제점 등을 맡아 '투트랙'으로 조사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해외 체류중인 최씨 모녀의 행방이 묘연한 만큼, 교육부가 감사에 착수한다 해도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이미 국회 국정감사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났는데도 3주간의 조사를 거친 뒤에야 감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 자체가 이 사안에 대한 교육부의 소극적인 기류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 감사규정은 '업무·사업 등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해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특정 감사를 실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교육부 고위관료는 "정씨를 둘러싼 정황을 보면 전형적인 입시 비리이자 학사 비리"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곧바로 감사에 들어가 사실을 밝히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육부가 그동안 주요 재정지원사업을 이대에 몰아줘온 만큼, 오히려 감사 대상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대는 올해만도 주요 재정지원사업 9개 가운데 유일하게 8개를 따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교육부에 특별감사를 요청한 지 오래됐는데도 여전히 자료 검토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이대에 대한 폭탄예산 지원과 정유라씨 특혜 사이에 뭔가 있지 않나 하는 합리적 의심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까지 나서 문체부 국·과장을 전격 경질해버린 2013년 사태를 감안하면, 기세등등하던 최순실씨의 입김이 교육부에까지 작용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체부와 달리 교육부에 '나쁜 사람'이 없었기에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 정유라씨의 비상식적인 입학과 재학 전반에 걸쳐 최순실씨의 각종 요구사항을 이대에 '매개'해준 세력이 있을 거란 얘기다.
야당측은 "공금으로 샤넬백을 구입한 전 부총장의 회계부정으로 인해 부정비리대학으로 지정됐음에도 이화여대는 가장 많은 178억원을 지원 받았다"며 "청와대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그러나 이같은 일체의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준식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상식적으로 청와대가 특정 학생의 성적을 지시하겠나"라며 "(감사를) 질질 끌어봤자 교육부로서도 득이 될 게 없다"고 했다.
이 장관은 또 "이대에 혜택을 줬다면 다른 대학에 비해 재정지원사업이 대폭 늘었다든지 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그런(몰아줬다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불가능해보이던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그야말로 경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백년대계'를 본업으로 하는 교육부도 '5년 정권'에서 벌어진 각종 의혹을 명쾌하게 털어내려면, 감사 등 내부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