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돌연사 위험 때문에 미국에선 금지된 위장약 성분인 '돔페리돈'이 지난해 이후 국내 산부인과에서 8만건 가까이 처방된 데 이어, 소아청소년과에서도 16만건 가까이 처방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도 이 성분이 '임부 금기약물'이라고 공식 확인하면서 후속 대처에 나설 방침이어서,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소아청소년과의 돔페리돈 병용금기 성분 처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해당 건수는 15만 6135건으로 확인됐다.
병용금기약 가운데는 항생제인 '클래리스로마이신'이 6만 6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알레르기 약인 '메퀴타진'은 3만 9484건, 구역·구토약인 '메토클로프라미드'는 3만 591건, 항생제 '아지트로마이신'은 1만 4382건, 알레르기약 '에바스틴'은 5471건 등이었다.
돔페리돈 성분 의약품과 이들 금기약을 함께 복용하면 심각한 심실부정맥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돔페리돈의 하루 최대 투여량인 30mg을 초과해 처방한 경우도 4877건에 달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허가사항을 초과했다"며 진료비를 삭감한 상태다.
돔페리돈은 오심이나 구토 증상을 없애기 위해 먹는 위장관운동촉진제의 하나로, 미국에선 2004년부터 생산 및 판매가 전면 금지됐다.
이 성분이 급성 심장사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 데다, 모유 수유중인 산모가 복용하면 신생아에게까지 심장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젖분비를 도와주는 최유제나 유방 확대 등 20여개 증상에 사용돼왔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월에야 허가사항을 바꿔 구역·구토 증상 완화 목적으로만 쓰게 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연말까지 10개월간 국내 산부인과에서 돔페리돈 성분이 처방된 건수만도 7만 8361건에 이른다.
이날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등 관계당국은 모두 돔페리돈 처방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손문기 식약처장은 "돔페리돈이 최유제로 허가된 적이 있느냐"는 전 의원의 질의에 "없다"면서 "부작용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전 의원은 특히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성명서를 보면 임부금기 약물은 돔페리돈 정제가 아니라 말레인산염 정제라는 데 사실이냐"고 물었고, 이에 손 처장은 "두 정제 모두 부작용 우려가 있다, 성명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복지부 정진엽 장관도 "최유제로는 허가되지 않았다"며 "식약처와 협의를 통해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심평원 손명세 원장 역시 "그동안 의료기관이 최유제 등 허가초과로 비급여로 사용하도록 승인해달라는 요청은 없었다"며 "돔페리돈 부작용 사례와 불법사용 사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수입된 돔페리돈은 22톤에 이른다. 보통 소화제 1병당 10mg이 사용되는 걸 감안하면 22억병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 국내에 유통된 셈이다.
이달초 돔페리돈 논란이 불거진 이후 대한모유수유의사회나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은 "유럽에서도 돔페리돈을 수유부에게 처방하는 사례가 있다"며 "임산부라 하더라도 저용량을 투여하면 문제가 없다"며 강력 반발해왔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날 2천명 가까운 의사들의 서명을 받아 전 의원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국이 잇따라 국내 처방 현실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면서, 법정 공방으로 번지나 했던 이번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2016-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