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 멎어 숨졌다?…'백남기 사망진단' 국내외 지침 어겨


지난해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 직사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숨진 농민 백남기(69)씨의 사망진단서가 세계보건기구(WHO)는 물론, 대한의사협회나 통계청의 지침에도 어긋나게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29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제작·배포한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를 근거로 "사망 원인에는 질병, 손상, 사망의 외인을 기록할 수는 있지만 심장마비, 심장정지, 호흡부전, 심부전과 같은 사망의 양식을 기록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대병원이 고인의 직접사인으로 '심폐정지'를 명시하면서 '병사'로 분류한 것은 각종 작성·교부 지침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협의 해당 지침은 '사망 원인'과 관련해 "질병과 병태가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한 경과를 순서대로 기록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직접사인에 사망에 이르게 한 마지막 진단명 또는 합병증을 기록한다. 그리고 직접사인까지의 경과 또는 과정을 거슬러 환자가 사망의 과정을 시작한 상병까지를 기록한다 △환자가 사망의 과정을 시작한 원사인을 가장 아래 칸에 기록한다고 돼있다.


'원사인'이 환자가 사망하게 된 궁극적인 원인이며 '선행사인'은 직접사인의 원인처럼 바로 뒤 결과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결국 결국 가장 최초의 선행사인이 원사인이 된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그런데도 고인의 사망진단서에 외인사가 아닌 병사를 사망원인으로 택한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만약 교통사고로 다쳐 수혈하는 과정에서 B형 간염에 감염됐다면 원사인은 '보행자교통사고'라는 게 지침에도 나와있다"고 지적했다.


WHO 역시 사망 원인에 대해 "사망을 유발했거나 사망에 영향을 미친 모든 질병, 병태 및 손상과 모든 이러한 손상을 일으킨 사고 또는 폭력의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사인(Cause of Death)에 대해서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한 일련의 사건을 일으킨 질병이나 손상 또는 치명적 손상을 일으킨 사고나 폭력의 상황"으로 정의했다.


서울대병원은 특히 고인의 시망진단서에 직접사인을 '심폐정지'로 기재했지만, 의협 지침에는 "직접 사인은 진단명 또는 주요 합병증으로 국한한다"고 명시됐다. 사망하면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은 '증세'일 뿐,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침은 "대개는 사망원인의 개념을 잘못 이해함으로써 생긴 오류"라며 "자칫 진실한 사망원인을 확인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도 설명했다.


윤 의원은 "원사인이 되는 가장 아래쪽에 기재된 '급성경막하 출혈'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격막하 출혈의 종류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의 이같은 사망진단서 기록은 통계청 작성기준에도 어긋난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통계청과 의협이 지난해 공동발간한 '사망진단서 작성안내 리플릿'을 보면 직접사인을 '심폐정지'라고 기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리플릿에는 "불명확한 진단명이나 사망에 수반되는 증상 및 징후만 기재하면 안된다"며 “호흡정지, 심폐정지, 호흡부진, 심장정지 등 사망에 수반된 현상만 기재하면 안되며, 구체적인 질병명을 사용한다"고 명시됐다.


통계청 리플릿은 특히 "사망의 종류는 선행사인 기준으로 선택한다"며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해 사망했으면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라고 못박았다.


질병 외에 다른 외부 요인이 없다고 의학적 판단이 되는 경우에만 '병사'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고인은 명백하게 외부 충격에 의한 사망"이라며 "전문가가 작성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인 이번 사망진단서 작성에 외부 압력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성토했다.


사망진단서는 한 인간의 사망을 법률적으로 증명하는 문서이자 통계 자료가 되기 때문에 각 나라는 물론, WHO 역시 국제적으로 통일된 질병분류(ICD)를 정해 이를 기준으로 사인통계를 작성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1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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