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강력한 반대에도 정부가 '밀실 편찬' 중인 역사 국정교과서의 제작 일정이 사실상 비정상에 가깝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 출생 100주년인 내년 보급을 위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부가 21일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1학기부터 초중고교에 보급될 19종의 국정교과서 점역(點譯)은 모두 엿새 만에 마치도록 계획된 것으로 나타났다.
점역은 시각 장애인 학생들이 손끝의 촉각을 이용해 읽을 수 있도록 일반 문자를 점자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교육부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 연도에 따른 점역 실시 계획'에는 초등학교 국어와 수학, 통합교과, 안전한생활 교과서 등의 점역 시작 예정일이 2017년 1월 31일부터 같은해 2월 6일로 명시돼있다.
중학교 역사 1, 2와 고등학교 한국사 역시 같은 기간 점역을 실시하는 것으로 잡혀있다. 박 의원은 "점역엔 보통 한 달에서 길게는 45일까지 소요된다"며 "이 계획대로라면 부실 점역으로 이어져 시각장애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9 개정 교육과정' 당시에는 중학교 역사 1의 경우 18일, 역사 2는 한 달, 역사부도는 두 달가량의 점역 과정을 거쳤다. 고등학교 한국사 역시 미래엔 교과서는 두 달, 천재교육 교과서는 두 달 반이 소요됐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의 경우 오는 11월말쯤 시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원고본 심의를 마친 상태로, 이후 개고본 제작과 심의, 현장 검토본 제작과 심의를 거쳐 내년 1월 최종본을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현장 검토 시간은 2~3개월에 불과해, 의견 수렴은커녕 교과서 오류나 왜곡을 잡아내기에도 빠듯할 거라는 게 교육계 전반의 우려다.
박 의원은 "정부가 역사 국정교과서를 대통령 임기 안에 탄생시키겠다는 탐욕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짰다"고 질타했다.
201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