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도 용처도 모호한 '대학 입학금'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교육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대학 입학금은 신입생들이 첫 학기 등록금을 낼 때 함께 거둬들이는 돈이다. 인천가톨릭대 등 3곳은 이런 항목이 고지서에 아예 없지만, 국공립대는 평균 14만원, 사립대는 평균 72만원을 따로 걷고 있다.
입학금이 가장 비싼 곳은 고려대로,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인 411만원의 25% 수준인 103만원에 이른다. 대학원 경우엔 117만원이나 된다.
하지만 현행 고등교육법에는 입학금이란 용어가 아예 없을 뿐더러, 대학들이 어떤 기준으로 산정하는지, 또 어디에 사용하는지조차 전혀 알 수 없다는 게 학생 및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참여연대 심현덕 간사는 "각 대학에 일제히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실제 입학사무에 얼마가 드는지 스스로 추계조차 못하고 있다"며 "명칭만 입학금일 뿐, 임의로 결정해서 받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근거가 없는 돈이란 얘기지만, 교육부는 "등록금 가운데 기타 납부금으로 볼 수도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할 때 내는 돈일 뿐, 실제로는 4년간 학생들이 생활하고 학교가 경영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미리 걷는 개념"이라며 "무작정 없애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입학금을 명목상 없애더라도 기성회비의 경우처럼 대학들이 수업료와 통합해 징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측은 "교육부조차 입학금의 성격과 용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입사 면접을 볼 때도 교통비나 식비를 보조해주는 걸 감안하면 형평성에 맞지도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학생과 학부모,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입학금폐지공동행동'은 이달안에 일부 대학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했다. "대학들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각 대학 총학생회 등도 다음달부터 서명운동과 함께 입학금 반환 청구소송에 나설 계획이어서, 법정공방으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사립대학 적립금은 대략 8조원으로, 이 가운데 2조원이 넘는 돈은 목정이 분명치 않은 '기타기금'으로 분류돼있다.
201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