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확대커녕‥건강보험 지원 끊겠다는 정부


정부가 건강보험 흑자를 빌미로 국고지원을 줄이고 있지만, 정작 보장성 확대는 제자리걸음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의 누적 흑자는 지난달말 기준으로 무려 20조원을 넘어섰다. 건강보험공단이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말만 해도 16조 9800억원이던 건보 누적 재정은 20조 1766억원을 기록했다.


올들어 건보 수입은 37조 7387억원. 이 가운데 국민들이 매월 꼬박꼬박 낸 보험급여비가 31조 7718억원이다. 반면 지출은 34조 5421억원으로, 3조 1966억원의 흑자가 추가 발생했다. 


건보 재정이 2011년 이후 6년째 누적 흑자를 이어가면서, 기획재정부는 내년에도 국고지원을 삭감했다. '2017년도 재정계획'을 보면 올해 7조 975억원이던 건보 지원 예산은 내년엔 2211억원 줄어든 6조 8764억원으로 책정됐다.


현행 건강보험법상 정부는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지원하도록 돼있지만, 실제로는 매년 15% 안팎만 책정해왔다. 2011년엔 예상수입액의 15.3%, 2013년엔 14.9%, 지난해에도 16.0% 수준에 그쳤다.


특히 국고 지원을 명시한 한시조항마저 내년말로 효력이 끝나기 때문에, 정부가 아예 지원을 끊으려 사전포석을 두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건보 재정에 흑자가 쌓였다는 건 지출을 안했다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는 보장성을 확대하지 않고 기획재정부는 흑자를 빌미로 과소지원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돈이 남는데도 보장성에 안쓰니 답답한 것"이라며 "현 정부 들어 4대 중증질환에 대해 보장성을 조금 늘렸다지만, 다른 중증질환이나 어린이 병원비 등에도 보장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총진료비 가운데 건보로 부담하는 비율을 가리키는 보장률은 지난 2009년 65%, 2011년 63%, 2013년 62% 등을 기록하고 있다. 누적 흑자 속에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셈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75%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건강보험은 국민연금과 달리 그 해 거둬서 그 해 쓰면 되는 재정이기 때문에, 몇년째 누적 흑자를 키우고 있는 현 상황은 그리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복지부가 제대로 보장성을 확대했다면 흑자가 이렇게 쌓일 리도 없거니와, 법에 명시된 국고지원을 기재부가 외면하기도 힘들 거란 얘기다.


기동민 의원은 "국민들이 낸 평균 건보료는 2011년 5.64%에서 올해는 6.12%로 올랐다"며 "과다추계, 과소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영양가 없는 흑자'를 가입자 혜택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직장가입자가 퇴직하거나 실직해 생활이 어려워져도 건보료는 올라가는 구조적 결함이 여전하다"며 조속한 부과체계 개편을 거듭 주문했다.



2016-09-15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