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들이 '금수저 특혜' 논란을 빚은 정성평가는커녕, 정량평가의 점수 환산방식조차 비공개에 부쳐 논란이 일 전망이다.
교육부와 함께 8월말까지 내놓겠다던 LEET(법학적성시험) 개선안도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어서, 수험생들의 혼선만 가중되고 있다.
◈국립대인 전남대·제주대도 점수 환산방식 '비밀'
'현대판 음서제'란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온 로스쿨 입시. 실제로 지난 5월 자기소개서에 현직 검사장 등 부모 스펙을 적은 입학생들이 상당수 드러나자, 전국 25개 로스쿨들은 입시 방식을 전면 개선하겠다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당시 로스쿨협의회가 발표한 개선안을 보면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의 균형 유지 △정량평가 전형요소의 실질 반영률 및 환산방법 공시 △정성평가 전형요소의 평가기준 공시 등이 첫번째 항목으로 명시돼있다.
하지만 넉 달이 지난 지금, 로스쿨들이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2017학년도 입시 모집요강'에는 이런 원칙들이 무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5일 입시요강을 발표한 고려대를 비롯, 국립대인 전남대와 제주대 로스쿨은 정량평가 환산방식조차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기존의 명목반영률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실질반영률만 공개했을 뿐, 가령 자신의 어학성적이 실제 몇 점으로 환산되는지는 수험생들로선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얘기다.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이모씨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카오스'라고 하고, 모 아니면 도라는 느낌도 든다"며 "어떤 사람은 낮은 점수로도 붙고 어떤 사람은 높은 점수로도 떨어지니까 이게 뭐 알 수가 없어 불안하다"고 황당해했다.
실제로 다음카페 '서로 돕는 로스쿨 연구회' 등 수험생 동호회에서는 일부 학교의 이같은 처사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8월까지 공개한다던 LEET 개선안도 "10월쯤에나 내놓겠다"
상황이 이런데도 로스쿨협의회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협의회 한 관계자는 "실격 처리나 성적 공개 같은 부분들을 모두 반영한 학교들만 홈페이지에 입시요강을 발표하고 있다"며 "혹시나 반영을 안 한 학교는 추가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미 발표된 입시요강을 본 수험생들이 혼란에 빠졌는데도, 교육부 역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아직 입시요강 발표가 다 끝나지 않아서 확인하지 못했다"며 "미흡한 점이 있다면 보완하라고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정입학 논란' 당시 교육부와 로스쿨협의회는 정량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LEET 개선안도 8월까지 내놓겠다고 했지만, 여론이 잠잠해지자 말을 바꿨다.
협의회 관계자는 "LEET 개선안은 학교마다 분석도 필요하고 해서 뚝딱 만들어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달말 열리는 입시설명회 이전에 발표하면 혼선이 생길 수도 있어 10월쯤 발표하려 한다"고 해명했다.
더 큰 문제는 로스쿨 입시 형평성 논란에서 가장 큰 핵심인 정성평가 기준이나 반영도가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는 점이다.
가령 고려대 로스쿨의 경우 △학부성적 200점 △LEET 성적 200점 △외국어 능력 100점 △자기소개서 100점 △구술면접 100점 등 700점 만점이다.
이 가운데 정성평가에 속하는 '구술면접'이나 '자기소개서'에서 어떤 기준에 의해, 수험생간 점수 편차가 얼마나 나는지는 가늠할 방법이 없다.
이러다보니 "정량평가에서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아봐야 결국 정성평가로 당락이 갈릴 것"이라는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해소되기 힘들다.
◈객관적 성적 낮아도 감점은 '미미'…결국 정성평가로 '당락'
실제로 정량평가 환산방식을 공개한 서강대 로스쿨 입시요강을 보면 △LEET 성적 30점 △학부성적 30점 △공인영어성적 20점 △자기소개서 20점 △면접 20점 등 120점 만점이다.
환산방식에 따르면 토익(TOEIC) 990점을 받은 수험생은 영어성적 20점을, 토익 700점을 받은 수험생은 15점을 각각 받게 된다. 점수 차가 5점에 불과해, 주관적 성향이 강한 면접이나 자기소개서 평가에서 얼마든지 상쇄될 수 있는 수준이다.
30점 배점 가운데 10점을 기본점수로 주는 학부성적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나머지 20점은 백분율로 환산한 평점에 0.2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이렇게 하면 4.5점 만점에 4.5점을 받은 수험생은 기본점수까지 더해 30점을 받게 된다. 또 평점 3.5점을 받은 수험생도 25.6점으로 점수 차가 4.4점밖에 나지 않는다.
결국 객관적 측정이 가능한 정량평가에서 성적이 낮아도 감점이 크지 않은 만큼, 기준과 편차가 모호한 정성평가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부조리는 여전한 셈이다.
2016-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