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 생선도 콜레라"…'역병 창궐' 누가 불렀나


각종 전염병이 한꺼번에 전국을 덮치고 있지만, 국가 방역은 후속 대응에만 전전긍긍할 뿐 감염 경로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38명의 사망자를 낸 메르스 사태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후진국 전염병'으로 여겨져온 콜레라가 15년 만에 잇따르고 있는 상황.


여기에 백신조차 없는 C형간염은 당국의 관리 소홀 속에 방방곡곡에서 집단 감염 정황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하루만 해도 콜레라와 C형간염, 심지어 일본뇌염까지 각종 전염병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전국이 들썩거렸다.


경남 거제에서는 64세 남성이 3번째 콜레라 환자로 확인됐다. 15년 만의 첫 환자가 같은달 23일 발생한 지 8일 만이자, 두 번째 환자 발생 이후 엿새 만이다.


특히 세 번째 환자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시장에서 산 오징어와 정어리를 구워먹거나 데쳐 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설령 콜레라균에 오염된 수산물이더라도 익혀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온 당국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질병관리본부 정기석 본부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우리도 그 얘기를 듣고 좀 놀랐다"며 "만약 오징어와 정어리 때문에 감염됐다면 데치는 정도가 조금 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기존 입장과는 다른 얘기를 했다.


"정어리의 생선껍질이나 아가미 부분이 좀 덜 구워진 상태이고, 공교롭게도 그 부위에 콜레라균이 많이 있었다면 섭취가 가능할 수 있었다"는 '가설'이다.


정 본부장은 "생선 껍질과 아가미에는 균이 많지만 순살에는 콜레라균이 들어있지 않다"며, 익히더라도 순살만 먹을 것을 권고했다. 


국민들 입장에선 생선을 얼마나 구워야 안전한지, 또 너무 굽다보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는 건 아닌지 이래저래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 본부장은 "37.3℃ 이상에서 3분 정도 가열되면 대개 콜라레균은 죽는다"면서도 "팔팔 끓는 물은 100℃이니 꼭 끓여드시라"고도 당부했다.


이번 콜레라균의 감염 경로는 8일이 지나도록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정 본부장은 "분명한 것은 비브리오 콜레라균의 태생은 바다"라면서도 "지난해나 재작년에 비해 거제 앞 바다에서 비브리오균들이 더 많이 자란다는 증거는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특히 "같은 거제시라 해도, 많이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 이렇게 발생하는 것 자체는 어떤 방역조치로 막기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환자가 발생하면 후속 조치를 취할 뿐이지, 뾰족한 방도가 없다는 얘기다.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둘러싼 당국의 대응을 놓고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는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북 순창의 한 병원에서 203명이 C형간염 진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 지난달 30일 방역조사관을 급파해 역학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현장 조사 결과 이 병원은 C형간염 진료를 잘하는 곳으로 이름나 환자가 몰렸을 뿐, 집단 감염 정황은 일체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생사람'을 잡을 뻔한 셈이다.


당국은 일단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떠돌며 불법 의료 행위를 해온 이른바 '돌팔이'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마저도 C형간염 환자들을 치료해온 의료인들의 증언에 바탕한 것이어서, 실제 감염 경로를 규명해낼지는 미지수다.


C형간염 자체는 치사율이 높지 않지만, 방치할 경우 간경화나 간암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 스스로 감염 여부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201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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