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대표팀의 막내 박상영(21)이 연출한 대역전 드라마는 다른 종목도 아닌 에페이기에 사실상 '기적'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브라질 리우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10일(한국시간) 열린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 박상영은 헝가리의 백전노장 게저 임레(42)를 맞아 9대 13으로 뒤진 채 2라운드를 마쳤다.
3라운드에 들어가기 전, 주문을 외듯 연신 혼잣말로 "할 수 있다"를 읆조린 박상영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10-14까지 내몰렸다. 한 방송 해설자는 "이거 졌습니다. 솔직히 좀 어렵습니다"라며 사실상 역전이 힘들다고 내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종목도 아닌 에페이기 때문이었다. 먼저 공격에 성공한 쪽에만 점수를 주는 플뢰레나 사브르와 달리, 에페는 25분의1초 안에 동시 공격이 이뤄졌을 경우엔 양쪽 모두 점수를 얻는다.
노련한 임레가 '올림픽 새내기' 박상영을 상대로 동시 공격으로만 한 포인트를 따내도 우승을 확정짓게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다른 종목과 달리 막아내야 할 범위도 훨씬 넓었다. 플뢰레는 팔·머리·다리를 제외한 상체, 사브르는 팔·머리까지 포함한 상체만 공격할 수 있지만 에페는 전신 찌르기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벼랑끝에 발바닥을 반쯤 걸친 형국이었지만, 박상영은 끝내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무릎 십자인대 부상의 악몽을 이겨낸 의지와 정신력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했다. 단순한 역전극을 넘어 '불가능'을 정복한 셈이다.
박상영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 "욕심을 좀 걷어내고 경기에만 집중을 해보자 했더니 몸이 풀려 잘됐다"며, 벼랑 끝에 내몰렸던 시점에 대해서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귀국하면 일단 일주일 동안 잠만 쭉 자고 싶다"는 그의 '작은 소망'은 지난 4년간 겪은 몸 고생, 마음 고생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전설'을 이뤄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201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