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에서 불거진 학생들의 반발을 계기로 교육부가 진행중인 이른바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400여명의 이대생들은 학교측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반대, 지난 28일부터 본관 내부에서 농성을 벌이다가 사흘만인 30일 13개 중대 규모로 투입된 경찰에 강제 진압됐다.
이날 오후까지도 본관에 남은 100여명의 학생들은 학교측이 추진중인 '평생교육 단과대학'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온 고졸 재직자나 30살 이상 무직 성인을 대상으로 학점뿐 아니라, 4년제 대학 정규 학위를 취득하게 해주는 정부 지원사업이다.
지금까지는 방송통신대학이나 각 대학의 평생교육원, 사이버대학들이 이러한 평생학습 수요를 맡아왔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수요를 일반대학의 정식 단과대학으로 흡수하겠다며 올들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전국 사이버대학 21곳은 "15년간 평생교육을 주도한 사이버대학의 역할을 무시하는 정책이자,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에도 역행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국내 평생학습자는 지난해 12만명에서 올해 14만 5천명, 방통대와 사이버대까지 합치면 2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며 "올해부터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졸업자 2만 6천명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평생학습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 5월초 대구대·명지대·부경대·서울과기대·인하대·제주대 등 6곳을, 또 이달초엔 동국대·이화여대·창원대·한밭대 등 4곳을 지원 대상으로 추가 선정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9월부터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립해 운영할 계획으로, 교육부는 이들 학교에 연간 30억원가량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논란이 불거진 이화여대의 경우 학년당 정원 200명 규모의 '미래라이프 대학'을 신설,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 전공'과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 전공'을 2017학년도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학교측은 "특성화고 출신 등 비정규직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 사업에 정부가 지원하는 30억원도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 기조로 학령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걸 감안하면,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에 내몰린 대학들 입장에선 평생학습 수요가 재정적 측면의 '대체재'로 여겨질 수 있다.
교육부는 이른바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물론, '프라임'(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과 '코어'(대학인문역량강화) 등 연간 1조 5천억원 규모의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공학계열 중심의 정원 조정과 학과 통폐합 등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이날 "학교측은 지난 3월에도 수많은 이화인들의 반대에 아랑곳없이 코어사업과 프라임사업을 강행했다"며 "이번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이 폐기될 때까지 힘을 모아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도 성명서를 내어 "이미 커뮤니케이션미디어 학부와 신산업융합대 등에 비슷한 전공이 존재하고 있다"며 "해당 사업의 취지인 '여성의 재교육'을 위한 평생교육원도 이미 1984년부터 운영중"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명백히 중복되는 과정을 새로 만드는 건 돈을 벌기 위해 학위를 판매하려는 것"이라며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단순한 취업훈련소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구조조정 위기에 몰린 일부 대학들이 온갖 편법으로 신입생을 유치한 뒤 '학위장사'를 하다 적발됐던 것처럼, 평생교육 단과대학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돈줄'을 쥐고 대학을 흔드는 교육부의 '기능인 양성' 일변도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이번 사태 같은 반발과 운용상의 부작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01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