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모순' 손놓고…'창조경제' 매달린 복지부


"MB는 2만원, 송파 세모녀는 5만원"으로 압축되는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모순이 올해는 물론, 대선 이후인 2018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개편 작업에 사실상 손을 놓은 채, 의료산업 육성이나 해외환자 유치 같은 이른바 '창조경제'에 주력하고 있어서다. 


박근혜정부가 국정과제로까지 삼아 추진하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작업을 느닷없이 중단한 건 지난해 1월. '가난할수록 더 내고 부자일수록 덜 내는' 현행 제도의 모순을 없애기 위해 2년여 논의와 연구를 거쳐 마련한 개선안은 발표 하루 전날 돌연 백지화됐다.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개편 방안이 당시 총선을 앞두고 현 정권의 주요 지지기반인 고소득 자산가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이 고려됐다는 게 복지부 안팎의 설명이다.


당시 복지부는 "최신 현황을 토대로 한 시뮬레이션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개편 작업은 전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국회에 출석한 정진엽 장관은 "너무 복잡하고 문제가 많아서 뾰족한 방안을 못 내고 고민중"이라고 이를 시인했다.


보다 못한 더불어민주당이 당시 정부가 발표하려던 방안과 흡사한 '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편안'을 이달초 내놓고 개편 추진에 나섰지만, 도입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이 소득 중심 개편 방향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 복지부도 사실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내 개편은 물론, 대선이 있는 내년에도 힘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대신에 복지부는 의료산업 육성과 해외진출 같은 이른바 '창조경제'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건의료 분야를 '창조경제'의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면서, 원격의료 도입이나 제약산업 규제 완화 같은 산업적 기능 수행에 무게를 싣는 기류가 역력하다.


실제로 지난주만 해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장급인 '해외의료사업지원관'과 해외의료사업과가 복지부에 신설됐다. 의료산업의 해외진출을 돕고 외국인 환자를 적극 유치하는 게 주업무다.


이로써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국장이 이끄는 보건산업정책국이 2명의 국장과 6개 과를 둔 복지부내 최대 조직으로 탄생하게 됐다. 현 시점에서 복지부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메르스 사태로 '보건' 분야에서, 또 건보료 모순 방치로 '복지' 분야에서 제 기능을 상실한 보건복지부를 두고 '의료산업부'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재벌들은 보건의료를 '차세대 성장동력'이라 부르고 정부는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려 한다"며 "하지만 어떤 나라도 의료를 성장동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의료를 산업으로 취급하는 것은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재벌의 이익을 늘리는 정책일 뿐"이란 것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 역시 "적용 가능한 방안이 이미 나와있음에도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현 정부가 지지계층의 이해관계만 보호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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