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0%대 지지율 반전을 위한 카드로 '노 무 현' 세 글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2007 대선의 추억'이다.
어떻게 보면 '이명박'에겐 5년 내내 '노무현'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노명박'이란 말이 일찌감치 예견된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파동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커다란 위기'(최대의 위기라는 표현은 앞날을 알 수 없기에 사용하지 않겠다)에 직면하고 있다.
당장 입에서 튀어나오는 '파동'의 키워드만도 강부자, 고소영, 쇠고기, 대운하, 민영화, 어린쥐, 고유가, 고물가, 촛불, 광우병, 몰입 등 셀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7%까지 곤두박질쳤던 국정 지지율은 출범 반 년이 다가와옴에도 좀처럼 3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 보수층에서도 상당한 심리적 이탈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촛불'의 민심이 정권에 바라는 것은 단 하나로 요약되는 듯하다. '쇄신'이고 '재출발'이다. 쇠고기 재협상을 부르짖는 것도, 전면적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것도, 소통하는 국정 운영을 당부하는 것도 다 같은 맥락일 터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 곳은 엉뚱하게도 '봉하마을'인 것 같다. '노무현'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부쩍 정권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기밀 유출'이라는 고전적-선정적 주제를 들고 나왔는데, 지목된 '용의자'는 미국 CIA도 북녘의 세작도 아닌 전직 대통령이다.
한쪽은 법적으로 보장된 전임 대통령의 열람권 확보 차원에서 양해하에 사본을 한시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반대쪽은 양해도 없었으며 불법이니 검찰 조사 받을 준비하란 식이다.
상황을 잘 살펴보면, 청와대는 몇 달 전 일로 갑자기 '병 주기'에 나섰고, 여당에서는 느닷없이 "지난 대선때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한 걸 사과한다"며 '약 주기'에도 나섰다.
다만 '병'이든 '약'이든간에 그 기저에 공통으로 깔린 것은,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노 무 현'이라는 세 글자를 다시 각인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정부는 미래보다는 2007년을 지향하는 것인가. '절반에 가까운'(투표율을 따져보면 30%가 정확하겠지만) 국민 지지를 얻었던 그때가 벌써부터 그리운 것인가. 기우에 그치길 바라지만 자꾸 '시그널'들이 눈에 띄니 그칠 수가 없다.
해외 언론까지 "한나라당에서 개가 나와도 당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던 그 겨울의 대선. '노무현 대 반(反) 노무현' 구도 앞에 백약이 무효였다는 그 12월. 그 이름 세 글자 앞에 중도 실용이니, 정통 보수니 할 것 없이 전통적 반대층이 총결집했던 그 연말.
이 대통령은 지금 그 '대선의 추억'으로 다시 회귀하고 있는 것 같다. '노 무 현' 세 글자를 통해 민심 이반을 돌파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과연 그런가. 정국 구도가 그런가. 민심의 구도가 그런가. 대한민국이 처한 지구촌의 구도가 그런가. 도무지 현 시국을 감히 '최대의 위기'라고 규정할 수 없는 이유다.
2008-07-08 오후 6:46:23 | ONnOFF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