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6학년인데 안 맞히려구요. 부작용에 대해 알고보니 못할 짓이에요", "심각한 부작용이 나는 경우는 학계에 보고될 만큼 드물대요".
20일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자궁경부암 무료 예방접종'을 두고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방접종에 사용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다.
실제로 접종 개시를 앞둔 19일 학부모들이 자주 찾는 주요 포털사이트의 육아 카페 등에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는 게시물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월요일부터 접종 시작인데, 내가 맞는 게 아니라 내 자식이 맍는 거라 더 신경쓰인다"거나 "백신은 출시된 지 10년은 지나야 안전성이 보장된다"며 접종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반면 "우리 딸이랑 나는 50만원씩 내야 할 때 맞았지만 지금까지 괜찮다"거나 "모든 백신엔 부작용이 있게 마련인데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크게 문제되지 않을 거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자궁경부암은 전세계 여성암 가운데 2위일 정도로 발병률이 높은 암이다. 국내서만 매년 36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900여명이 숨질 정도로 위험하지만, 백신을 접종하면 70%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전세계 65개국에서 국가예방접종으로 도입돼 2억건 이상 안전하게 접종되고 있는 백신"이라며 "안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반응 감시와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무료접종 대상은 2003년 1월 1일부터 2004년 12월 31일 사이에 태어난 초등학교 6학년생과 중학교 1학년생으로, 약 47만명에 이른다. 예방접종은 6개월 간격으로 두 번 맞게 된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까닭은 세계 곳곳에서 해당 백신의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영국의 한 13살 소녀가 HPV백신을 맞은 지 닷새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미국에서도 지난 7일 이 백신으로 피해를 입은 10대 여성 34명의 사례가 공개되기도 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지난 3월 HPV 백신을 맞은 여성 4명이 "전신 통증과 보행 장애 등의 부작용을 앓고 있다"며 정부와 백신 제조사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설 뜻임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2013년 이미 우리 나라처럼 만 12~16세 여성 청소년들에게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실시했지만,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자 3개월 만에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백신을 맞은 338만명 가운데 2584명에게서 부작용이 발견됐다는 보고도 잇따랐다.
당시 문제가 된 백신들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MSD의 '가다실'과 GSK의 '서바릭스'로, 국내서도 국가예방접종 조달 계약이 끝난 '가다실'이 우선 사용되며 조만간 '서바릭스'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보건당국은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유럽의약품청(EMA) 등이 모두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며 "일본의 경우에도 '접종 대상자의 심리적 불안과 긴장에 의한 것'이란 게 후생노동성의 잠정결론"이라고 강조했다.
WHO의 경우 일본에서의 접종 중단 사태 이듬해인 2014년 "예방접종을 중단할 만큼의 백신 안전성 우려는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를 근거로 대한신부인과학회와 대한부인종양학회도 HPV 백신 접종을 적극 추천하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궁경부암은 백신 접종으로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여성암"이라며 "HPV 감염은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므로 성 경험 전인 청소년기에 예방접종을 하는 게 최적의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어떠한 백신에도 부작용이 따를 수 있고 이를 최소화하는 건 중요한 문제"라며 "다만 HPV백신의 경우 공중보건 측면에서 예방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에 '실'보다 '득'이 많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