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살 A씨는 다섯 살 연상인 남편의 잦은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지난해 한 보호시설을 찾았다. 남편은 술을 마시고 나면 폭언과 함께 칼을 휘두르며 위협하는 일이 잦았지만, 이혼을 요구할 때마다 번번히 거부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92살 B씨는 62살인 아들과 공동명의로 집을 소유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아들이 사업 부도로 자취를 감춘 뒤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다가, 결국 강제 퇴거당해 보호기관으로 옮겨졌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노인 학대'가 매년 늘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가 60세 이상인 '노노(老老) 학대'가 4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14일 발표한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학대로 최종 판정된 3818건 가운데 60살 이상 노인이 가해자인 경우는 41.7%인 1762건에 달했다.
지난 2011년 1181건(30.2%), 2012년 1314건(34.1%), 2013년 1374건(34.3%), 2014년 1562건(40.3%) 등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노노 학대' 가운데 87.6%인 1543건의 가해자는 본인을 포함해 친족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가 배우자인 경우는 635건, 자녀인 경우는 288건, 자기 방임 등 본인이 가해자인 경우는 620건이었다. 자기 방임 사례 가운데 85.1%는 독거노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006년까지만 해도 가해자 가운데 1위가 아들, 2위가 며느리였다"며 "2010년엔 2위가 딸로, 2014년엔 배우자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로 인해 배우자와 사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학대 발생 비중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총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지난해 13.1%를 기록했다. 우리 나라는 지난 2000년 이 비율이 7%를 넘어서며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특히 내년엔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 또 2026년엔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1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