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장남'(長男)이란 단어는 '기득권'이자 동시에 '원죄'(原罪)였다. 하지만 가족 해체로 상징되는 시대의 변화가 그 양쪽 어깨에 올라탄 '가장'과 '부양자'의 무게 또한 시나브로 해체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 100명 가운데 57명만이 부모를 부양하고 있으며, "장남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0명중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유경 연구위원은 24일 '부양환경 변화에 따른 가족부양특성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성인 남녀 1천명을 상대로 지난해 8~9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 결과 친부모나 배우자의 부모 가운데 1명 이상 생존해있다고 밝힌 사람 가운데 56.7%만이 최근 1년간 경제적 부양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20대 가운데는 18.3%, 30대는 52.8%, 40대는 71.1%, 50대는 79.3%, 60대는 71.0% 등 연령대가 높을수록 부모에 대한 경제적 부양을 하는 비율이 높은 경향을 나타냈다.
반면 월평균 부양비용은 20대가 43만 5천원으로 가장 많았고 30대는 40만 3천원, 40대는 34만 1천원, 50대 32만 8천원, 60대 15만원 등 역순을 나타냈다. 이들 전체의 월평균 부양 비용은 34만 8천원이었다.
부양 비용은 장남이 47만 6천원, 차남 이하 33만 9천원, 장녀 28만 7천원, 차녀 이하 26만 6천원 등 아들의 부담액이 상대적으로 컸다. 부양 비용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9.7%였다.
특히 '누가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은 십수년새 크게 바뀌었다. 연구진이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장남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1998년만 해도 22.4%에 달했지만 2014년엔 불과 2.0%에 그쳤다.
"아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7.0%에서 1.1%로,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 역시 89.9%에서 31.7%로 급감했다. 반면 "자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15.0%에서 24.1%로 반등했다.
사회 또는 기타(스승이나 선후배 등)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 역시 같은 기간 2.0%에서 51.7%로 급증했다. 사실상 "공적 시스템이 노인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대폭 확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자녀와 부모가 동거하는 비율은 49.2%에서 28.4%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부양에 대한 인식 변화의 원인으로 1인가구의 증가와 가족해체의 심화를 꼽을 수 있다"며 "경제적 부양은 국가가, 정서적 부양은 가족이 담당하는 공적 부양 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