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김모(43)씨는 요즘 청소기를 돌리다가, 아파트 단지 주변 산책을 하다가도 가끔씩 주저앉는다. 한쪽 머리를 딱따구리처럼 쪼아대는 편두통 때문이다.
김씨는 "그냥 이유없이 한쪽 머리가 너무 아파서 핑 돌 때가 잦다"며 "그럴 때는 설거지하다가도 앉아서 머리를 잡고 있거나, 아니면 좀 자거나 하는 편"이라고 했다.
김씨처럼 정확한 이유를 모른 채 편두통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주위에 적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5일 공개한 지난해 진료비 지급 분석자료를 보면, 편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환자는 50만 5천명에 달했다. 지난 2010년에 비해 5.3%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들 편두통 환자 가운데는 여성이 36만여명으로 71.4%나 됐다. 여성 환자 가운데는 50대가 7만 9천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7만 7천명, 30대가 5만 5천명 등이었다.
인구 10만명당 환자 수에서는 남녀 통틀어 70대가 1542명으로 가장 많았고, 80세 이상이 1382명, 50대가 1266명 수준이었다. 여성 환자만 놓고 보면 50대가 1182명으로 가장 많았다.
여성에게 편두통이 더 잦은 까닭은 무엇일까.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estrogen)과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이 편두통과 연관돼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일산병원 신경과 김종헌 교수는 "이들 호르몬 때문에 가임기 여성에서 편두통 유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며 "일부 여성은 월경 때 편두통이 생기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편두통을 앓는 남성 환자는 14만 4천명으로 여성의 절반도 안됐다. 다만 지난 2010년 13만 2천명에서 5년새 9.2% 늘어나며 여성 환자의 3.8%보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일차적 두통'으로 분류되는 편두통은 감염이나 손상에 의한 '이차적 두통'과 달리, 뚜럿한 이상소견을 발견하기 힘든 게 특징이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는 편두통에 유전적 요소가 있다는 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또 일반적 두통과 달리, 환자마다 전조 증상도 제각각이다. 눈앞에 아지랑이가 피는 것처럼 시각 증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한쪽 팔다리에 힘이 쭉 빠지면서 뇌경색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편두통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일상생활과 업무에 지장을 주는 건 물론, 만성 편두통이나 우울증으로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습관적으로 두통약을 복용하는 것 자체가 만성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평소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 균형있는 영양 섭취가 예방에 좋다"며 "다만 사람마다 발생 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상태에서 주로 편두통이 생기는지 본인 스스로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