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에 부모 스펙을 적은 로스쿨 입학생들이 상당수 드러났는데도, 교육부가 사실상의 '면죄부'를 준 걸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로스쿨뿐 아니라 대학입시를 비롯한 공교육 전반에 '정성평가'의 비중을 키우면서, 소위 '금수저'들만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2일 전국 25개 로스쿨의 최근 3년간 입학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법원장이나 XX시장처럼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자기소개서에 드러낸 사례가 24건"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최소 8건은 로스쿨측의 '기재 금지' 규정까지 무시한 채 부모 스펙을 밝혀, 입시요강을 어긴 부정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게 교육부 스스로의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부정행위에 해당될 수 있지만, 입학취소사유는 될 수 없다는 게 법률자문 결과"라고 선을 그었다. 이진석 학술장학지원관은 "다양한 전형요소를 활용했고, 정성평가의 속성상 자기소개서의 일부 기재사항과 합격과의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자기소개서에 고관대작인 부모의 스펙을 적어놓은 게 부정행위이긴 해도, 실제 합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현재의 입시제도로는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처럼 평가자의 주관이 크게 반영되는 정성평가는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 1단계 평가의 40%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높다. 단계별 전형을 하지 않는 성균관대의 경우 서류심사 40%, 심층면접 20% 등 그 비중이 60%에 이른다.
"다양한 전공을 가진 인재들을 추려낼 수 있다"는 게 정성평가 도입 취지이지만, 모든 이해관계와 해법이 '인맥'으로 얽힌 우리 사회에서 '금수저를 위한 통로'가 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도 적지 않다.
사법고시 폐지 반대 전국 대학생연합의 정윤범 대표는 "면접에서 개개인의 삶에 대해 얘기했을 때 그걸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을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결국 주관에 따라 합격 여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모 스펙 기재 금지를 명문화하겠다는 교육부의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정성평가 비중을 줄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할 거라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며 "단순히 눈가리고 아웅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성평가로 인한 불공정성 논란은 비단 로스쿨만의 문제도 아니다. 대학입시를 비롯, 초중고 교육 전반에서 언제든지 비슷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현 정부가 도입한 '학생부종합전형'이 대표적이다.
교과목 점수를 토대로 한 정량평가보다 동아리 활동 같은 비(非)교과의 정성평가 비중을 갈수록 키우다보니, 입시에서 왜 떨어졌는지 심지어 왜 붙었는지조차 아무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정성평가를 두고 '합법적인 부정입학 제도'란 비판까지 나오는 이유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로스쿨이나 학생부종합전형 자체가 어떻게 보면 아무도 판단할 수 없는 것을 국가가 강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적으로 하라고 하니 할 따름이지, 부작용 등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의 고2학생들이 치를 2018학년도 대입에서 100명 가운데 64명을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확대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또 올해부터 초·중학교에서 지필고사 없이 수행평가만으로 교과성적을 매길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각계의 우려에도 우리 사회는 갈수록 '정성평가'가 좌지우지하게 될 거란 얘기다.
2016-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