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난 흙수저 어쩔건가"…'로스쿨 폐지' 공방 격화

그동안 소문처럼 떠돌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불공정 입학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되면서, '사법고시 존치' 여부로 빚어온 법조계 내부 갈등이 또다시 '로스쿨 폐지' 공방으로 붙붙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3년간 전국 25개 로스쿨 입학전형을 전수조사한 결과, 6천건 가운데 24건의 불공정 입학 의심사례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부모나 친인척이 대법관이나 검사장, 법원장이나 로펌 대표 등이라고 자기소개서에 적은 24건의 사례 가운데 8건은 해당 대학의 '기재 금지' 방침에도 입시요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등 현직 변호사 134명은 이날 성명을 내어 "로스쿨의 현대판 음서제 논란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실패한 제도인 로스쿨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결코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명백한 입학부정 사례만 24건이지,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며 "다양한 인재를 뽑겠다며 도입한 면접과 자소서 평가는 특권층 자제 선발을 위한 통로로 전락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제도로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이번 발표로 폐지돼야 할 것은 사시가 아니라 로스쿨임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도 이날 성명을 내어 "졸업 후 합격률 75%짜리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배타적으로 주어지는 법조인 양성기관인데도, 누군가가 부정입학을 했다는 것은 누군가의 '법조인이 될 권리'를 빼앗았다는 뜻"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모임측은 특히 "입시부정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나타났다고 발표하면서도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다"며 "앞으로 개선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어 "교육부가 이번 전수조사에서 1~3기를 제외한 까닭에 대해 징계사유 소멸시한이 3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책임회피"라며 "불공정한 방법으로 입학한 학생이 나중에 판검사로 임용되면, 그들에 의해 재판받고 기소된 국민들의 억울함도 3년이 소멸시한이란 것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로스쿨 측은 그동안 불거져온 '추측'과 '비방'이 교육부의 이번 발표로 해소됐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로스쿨협의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발표로 그동안 난무했던 로스쿨 입시를 둘러싼 악의적 추측과 비방이 근거가 없는 걸로 밝혀져 다행스럽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조사를 통해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발견됐다"며 "다양한 인재를 공정하게 선발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입학전형제도를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부모 등의 신상 기재를 금지하지 않거나, 이를 고지하고도 위반한 지원자에게 별다른 불이익을 주지 않아온 로스쿨들 역시 "앞으로는 기재 금지를 꼭 고지하겠다"는 수준의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서울대와 한양대 로스쿨 등의 경우 정부가 '기관 경고'를 내린 것은 억울하다며, 이에 불복해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경북대·부산대·인하대·제주대·충남대·한양대 등 6개 로스쿨은 부모 신상 등의 기재를 금지해놓고도 이를 위반한 지원자에게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아 경고를 받았다.


또 기재 금지를 별도 고지하지 않은 경희대·고려대·동아대·서울대·연세대·원광대·이화여대 등 7곳 역시 "공정성 훼손 우려가 있는 부적정한 기재 사례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별다른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기재금지를 고지하지 않은 건국대·영남대·전북대 등 3곳도 시정 조치를 받았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기재 금지를 명문화해 이를 어기면 불합격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번에 드러난 '부정행위'들에 대해선 별도의 명단 공개나 합격 취소 조치 등을 배제해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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