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무임승차' 손 안 대고…'표심' 코 푸나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복지 분야 공약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내걸었지만, 지난해초 발표하려다 갑자기 철회했던 고소득층 부과 방안은 사실상 이번에도 제외됐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공약집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으로 '지역건강보험의 평가소득 폐지'와 '최저보험료 도입'을 내걸었다.


저소득 지역가입자는 자동차나 재산 등을 감안한 평가소득은 제외하고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게 그 골자다. 또 소득이 없거나 소득자료가 파악되지 않는 세대에 대해 최저보험료 제도를 도입하면 세대당 1만원 안팎의 인하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건보료를 덜 내거나, 피부양자로 등록해 '무임승차'하는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해당 공약 맨 아래에 "서민층의 재산에 대한 보험료는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며 "월급 이외에 충분한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나 보험료 납부능력이 있는 피부양자에 대해서도 능력에 맞도록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한줄 걸쳐놨을 뿐이다.




고소득층 부과 강화 방안은 건보료 개편 논의의 '요체'로 손꼽힌다. 수백억 금융자산에 건물을 여러 채 갖고 있어도 사업소득에만 건보료를 부과해온 '기준의 이원화 구조' 때문에 심각한 모순이 생기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논란이 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건강보험료가 매월 2만원 안팎에 불과한 반면, 지난 2014년 생활고에 시달려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의 건보료는 매월 5만원이 넘었다.


현 정부도 모순이 심각하다는 판단하에 '고소득층은 보험료를 더 내고 저소득층은 덜 내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만들었지만, 지난해초 발표 직전 갑자기 철회한 뒤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일년전 개편안 확정을 철회한 것도, 이번 총선에 '절반의 공약'만 내건 것도 전통적 지지기반인 고소득층의 표심 이탈을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역가입자의 건보료가 줄어드는 데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추가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의 부담이 늘어나면 솔직히 불만이 많을 것"이라는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해명은 이런 속사정을 뒷받침해준다.


정부는 "최신 데이터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뒤 가급적 올해 안에 개편안을 확정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그 시기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정부는 부과체계 개편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2년 가까이 논의해놓고도, 돌연 백지화를 선언했다"며 "결국 자신들이 부자들을 위한 정권임을 다시 확인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 벌면 더 내고, 덜 벌면 덜 내는 '공평한 건보료 부과기준'을 만들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소득 중심 부과체계를 지역가입자 전체로 확대하고, 건보료 상한제를 폐지해 고소득층의 보험료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특히 재산이나 소득이 많은데도 피부양자로 등록, 보험료를 내지 않고 건강보험 혜택만 누리는 '무임승차' 문제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뿌리뽑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정부가 내놓으려던 개편 방향이 오히려 야당 공약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집을 3채 이상 소유하고도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피부양자는 대략 68만명에 이른다. 월세에 건보료까지 꼬박꼬박 떼이는 '유리지갑' 직장인들과, '푼돈'마저 꼼수로 재테크하겠다는 이들 부유층은 2주 뒤로 다가온 총선에서만큼은 형평성 있게 한 표씩을 행사하게 된다.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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