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다섯 달 동안 공석이던 위원들을 교체하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인사들만 대거 위촉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국편과 학계에 따르면 국편은 지난 18일 올해 첫 국사편찬회의를 열어 18대 위원 16명을 임명했다. 국편의 김정배 위원장과 진재관 편사부장은 당연직 상임위원으로 포함됐다.
14명의 비상임위원 가운데 이기동 동국대 석좌교수, 강명희 한세대 교수, 손승철 강원대 교수, 최성락 목포대 교수, 허동현 경희대 교수 등 17대 위원 5명은 유임됐다.
반면 17대 위원 가운데 국정화에 반대했거나 부정적 입장을 밝힌 인사들은 교체됐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역사전공 교수들의 국정화 반대 및 집필 거부 선언에 실명을 올린 도진순 창원대 교수, 당초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선정됐다가 '호헌철폐 시국선언' 이력 등을 이유로 빠진 한규철 경성대 교수 등이 제외됐다.
국편 비상임위원들의 임기는 3년으로 17대의 경우 지난해 10월 만료됐다. 국편은 임기만료 직후 18대 위원 후보자들을 추천했지만 교육부는 "후보자 인적사항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5개월간 위촉을 미뤄왔다.
18대 위원으로 새롭게 위촉된 인사 9명 가운데는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지 않아온 학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의 저자인 정경희 영산대 교수는 기존 검정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재범 경기대 교수는 "국가가 집필을 요구한다면 지식인으로서 응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국정 교과서 집필진 참여 의사를 밝힌 적이 있고 박지향 서울대 교수 역시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을 쓴 뉴라이트 계열 인사다.
이밖에 김영나 서울대 교수, 한상도 건국대 교수, 신성곤 한양대 교수, 김문자 상명대 교수, 이남희 원광대 교수 등은 국정화 반대 교수 선언에 동참하지 않았던 인사들이다. 나머지 한 자리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지낸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이번 인선을 두고 학계와 교육계에서는 '국정교과서 지원용'이란 혹평이 나온다. 전국역사교사모임 김태우 회장은 "국정화에 찬성하거나 뉴라이트 계열의 시각을 옹호해온 인사들 위주로만 구성돼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서양사나 동양사 전공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도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201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