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브라질에서 귀국할 당시 공항에서 발열검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돼 의심환자 발견시 의무적으로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하는데도 이 환자가 처음 들른 의료기관은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엔지니어인 L(43)씨는 지난 2월 17일 업무차 브라질로 출국한 뒤 22일간 체류하다 지난 9일 귀국길에 올라 독일을 경유해 지난 11일 입국했다.
하지만 입국 당시 공항게이트를 통과하면서 보건당국이 실시하고 있는 1차 발열검사는 받지 않았다. 주요 유행국가인 브라질에 다녀왔는데도 독일을 경유한 탓에 점검망에서 빠져버린 것.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브라질 뿐 아니라 발생 국가가 많아 숫자를 일일이 파악할 수가 없다"며 "위험국에 다녀온 여행객의 경우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브라질 직항의 경우 게이트에서 일일이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며 "L씨의 경우 잠복기인 데다 독일을 경유해 들어와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정 본부장은 "중남미를 갔다가 미국이나 일본을 거쳐 오는 승객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올해 안으로 로밍 등을 이용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2개월간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한 나라는 42개국에 이른다.
L씨는 귀국 닷새뒤인 지난 16일 미열 증세를 보였고 이틀 뒤인 18일 전남 광양 한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았다. 당시 체온은 이미 37.5도를 넘어섰다는게 정 본부장의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기준에 따르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국가를 최근 2주일 안에 여행한 사람 가운데 37.5도 이상의 열이 나거나 근육통이 생기면 '감염 의심자'로 분류된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은 지난 1월말 '제4군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의료기관은 의심환자 발생시 보건당국이나 관할 보건소에 즉시 신고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 의료기관은 신고를 하지 않았고 L씨는 사흘뒤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해서야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이에 대해 정 본부장은 "환자를 놓쳤다기보단 신중하게 판단한 것"이라며 해당 의료기관에서 아주 적절하게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이어 "열이 나고 조금 근육이 아프다고 해서 다 지카로 하면 혼선을 빚을 염려가 있다"며 "증상이 발현되기 전인 잠복기에는 전문의도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은 국내 유입된 지카바이러스의 추가 전파 우려에 대해 "공기로 전파되지 않는 데다 매개모기는 겨울철에 활동하지 않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판단에 근거, 위기경보단계 역시 평소의 '관심'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를 겪은 지 불과 1년도 안된 시점에서 지카 역시 초동 단계부터 방역 허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정 본부장은 "지카바이러스는 일상적 접촉으로는 전염이 되지 않는다"며 "다만 수혈이나 성접촉을 통해선 감염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 L씨는 건상 상태가 호전돼 이르면 23일중 퇴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L씨는 이날 오전 6시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 전남대병원 1인실로 옮겨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또 L씨의 배우자도 유전자 검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금명간 지카바이러스 양성 여부를 판정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