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부터 초등학생 6학년들이 배우게 될 사회(역사) 국정교과서에 편향적인 서술이 31곳, 비문이거나 부적절한 표현도 93곳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뉴라이트계가 주장해온 '건국절' 개념을 수용해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박정희 정권의 성과는 한껏 부각하되 독재와 인권탄압에 대한 기술은 상당부분 누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역사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모임인 역사교육연대회의는 29일 서울 NPO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완성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단체는 "완성본 교과서는 우려됐던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며 "현대사 부분은 뉴라이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박정희 정권에 대해선 편향적으로 서술했다"고 지적했다.
일단 눈에 띄는 대목은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는 '대한민국 수립' 시점이다. 역사문제연구소 배경식 부소장은 "단원 제목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서 '정부'를 빼고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현했다"며 "또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어 표기했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일'로 둔갑시켜, 헌법에도 '법통'으로 명시한 임시정부의 1919년 '대한민국 수립'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과서는 또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면서도, 군사 독재나 인권 탄압에 대해선 언급을 확 줄였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단체는 "사진 설명까지 합치면 이승만은 14번, 박정희는 12번 언급하고 있다"며 "조선 후기나 근대에 비해 현대사 서술 분량이 적은 걸 감안하면 지나칠 정도로 많이 언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6·25 전쟁에선 민간인 희생에 대한 서술이 축소됐고, 경제성장·새마을운동은 성과로 부각시켰다"며 "심지어 5·16과 유신 대목에서도 '장기집권'이라고 표현했을 뿐, '독재'란 표현이 없다"고 강조했다.
가령 2014년 나온 실험본에는 "1972년 박정희 정부는 통일을 준비한다는 구실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유신 헌법을 통과시켰다. 국민의 자유가 크게 제한받게 되자 유신 헌법에 반대하는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났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이번 완성본을 보면 "박정희 정부는 국가 안보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10월 유신을 선포하고 헌법을 고쳤다"고 돼있다. 또 급속한 경제 성장 과정에서의 '빈부 격차'란 표현도 사라졌고, 그 주역이 된 '노동자'의 역할 관련 기술도 빠졌다.
최근 논란이 된 '위안부' 표현 삭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식 연구위원은 "친일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강제동원과 위안부에 대한 내용은 축소되거나 아예 없다"며 "반면 물산장려운동과 애국계몽운동은 과도하게 서술됐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런 불량 교과서가 나온 이유는 국정 교과서였기 때문"이라며 "초등학교 교과서도 검정체제에서 더 나아가 자유발행체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가 분석한 124개의 오류나 편항적 표현 가운데 조선 후기 부분에선 25곳을 차지한 반면, 근대와 현대는 각각 62곳과 37곳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고려대 한국사학과 송양섭 교수는 "소소한 사실관계 오류도 꽤 많고 힘든 전문용어들이 순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며 "문장 자체도 전혀 가다듬지 않았다"며 '졸속 제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단체는 "이번 초등 교과서는 박근혜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한 이후 처음 발행되는 국정교과서"라며 "박정희 정권에 대한 우호적·편향적 서술이 눈에 띄게 나타나, 권력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거듭 비판했다.
2016-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