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닌 '반값등록금'…커지는 '조삼모사' 논란


정부가 '반값 등록금'을 완성했다며 지난 연말부터 대대적 선전에 나섰지만, 새 학기 납부가 시작되면서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절반이 넘는 대학생들이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해 체감도가 낮은데도 성과만 강조하려다 보니, '눈가리고 아웅' 식의 논리만 판을 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16일 "올해 1학기 국가장학금 1차 신청자가 지난해보다 18만명 늘어난 118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최종 확정되는 80~90만명에겐 장학금을 제외하고 실제 납부할 금액이 적힌 등록금 고지서를 발부하기로 했다.


1차 신청자가 갑자기 늘어난 데는 사실 다른 속사정이 있다. 등록금 납부 이후 선정되는 2차의 경우 올해부터는 재학생들이 신청하지 못하도록 규정 자체를 바꿨기 때문이다. 


등록금 고지서에 장학금 내역과 실제 납부 내역을 모두 명시한 건 지난해 1차 신청 때도 마찬가지여서 새로운 일도 아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학생들이 2차에 신청해 장학금을 받게 되면 학생 개인 계좌로 입금된다"며 "학부모들이 볼 때는 '국가가 주는 것도 없는데 무슨 반값등록금이냐'며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가장학금은 정부가 지난해로 완성됐다며 버스와 지하철 등에까지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의 핵심 수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지만, 서울시립대처럼 액수 자체를 절반으로 깎는 '진짜 반값등록금'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혜택을 받는 학생조차 40%대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값등록금국민본부 안진걸 위원장은 "조삼모사식 꼼수이자, 학부모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행태에 불과하다"며 "지금 사립대학들이 쌓아둔 적립금이 12조원이나 되고 계속 늘어나는 상황인데, 등록금은 그대로 두고 눈속임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정부 논리는 등록금 총액을 14조원이라고 할 때 절반인 7조원을 정부가 4조원, 사학재단이 3조원씩 나눠 장학금 등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반값'이란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포함된 사립대학들의 장학금은 원래도 있던 것인 데다 성적 위주로 선정하기 때문에 '소득연계형'이란 제도 취지에도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민생팀 심현덕 간사는 "2012년 이전에도 지급됐던 장학금이 대략 2조원으로 추산된다"며 "새롭게 부담이 완화된 것도 아닐 뿐더러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가는 장학금이어서 정부 입장에도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등록금 부담이 줄어 휴학률도 낮아졌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홍보만 되풀이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장학금 정책 시행 전인 2011년 12.9%였던 일반휴학률은 2014년에 10.0%까지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휴학률이 낮아진 것은 극심해진 청년실업 사태의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게 취업을 준비하는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 서울 시내 한 사립대를 졸업한 조모(27)씨는 "정부의 장학금 제도와 휴학률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본다"며 "채용 현장에서 '비(非)휴학자'를 선호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사립대 졸업생인 이모(26·여) 씨 역시 "취업이 힘들어 휴학률이 줄었다고 생각한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면 나이도 '크리티컬'한 요소여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정부는 학업이 어려운 저소득층을 중점 지원하는 방식인만큼, 현행 '반값등록금' 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3분위 이하 국공립대 학생들은 등록금 전액, 사립대는 등록금의 89.9%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지원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도 취지와는 달리, 저소득층의 학자금 대출은 오히려 매년 늘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2학기에 319억원이던 기초생활수급자의 학자금 대출은 지난해 1학기엔 372억원으로 늘었고, 대출건수도 2만 5천여건에서 3만여건으로 증가했다.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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