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 재사용 '뒷북조사'…적발해도 '산넘어 산'

보건당국이 다음달부터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의심되는 전국 병원들을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확한 주사기 공급수량 자체가 파악이 되지 않는 데다, 잇따른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로 사회적 이슈가 된 마당에 버젓이 재사용을 계속하는 '현장'이 있을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별도 조사반을 구성, 3월부터 5월까지 주사기 재사용이 의심되는 전국 의료기관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재사용 의심기관'을 선정하겠다는 것. 이들 의료기관의 재사용 사실이 현장조사에서 드러날 경우 의료법에 따라 행정처분하는 한편, 진료를 받은 내원자들에 대한 역학조사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일회용 주사기가 어느 병원에 얼마나 공급됐는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회용 주사기는 사실 전수조사로 걸러내긴 힘들고 한계가 있다"며 "수량 파악이 전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국이 '재사용 의심'의 주요 근거로 꼽고 있는 것이 '주사제 처방률'이다. 아무래도 주사제 처방률이 높을수록 일회용 주사기 사용이 잦을 것이므로, 재사용 개연성도 높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95명의 C형간염 감염환자가 확인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경우 2011년 이미 주사제 처방률이 86.94%를 기록하며 적정성 평가지표에서 5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무려 98.12%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번에 주사기 재사용 사실이 드러난 충북 제천 양의원의 경우도 2012년 상반기 55.78%를 시작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39.94%에 이르기까지 연속으로 5등급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전체 의료기관의 주사제 처방률이 19.29%인 걸 감안하면, 이들 병원이 얼마나 주사제 처방을 남발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의원에서 문제의 근육주사를 받은 환자는 지난해만 3996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러한 '의심기준'엔 구멍도 적지 않다. 당장 101명의 C형간염 감염환자가 확인된 강원도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가 그렇다. 주사제가 아닌 '자가혈 주사'(PRP) 시술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당국의 '그물망'에선 빠져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사제 처방률이 높은 곳을 현장조사하더라도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여부를 명확하게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결국 해당 병원 내원자들의 감염 여부를 전수조사해야 인과관계가 규명되지만, 다나의원 사례에서 보듯 명단 확보부터 개별 연락까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2004년 개원한 한양정형외과의원의 경우 2006~2010년 내원 환자만 해도 1만 4천명으로 추산된다. 1984년 개원한 제천 양의원의 경우는 최소 수만명으로 추정할 뿐, 내원 환자들을 일일이 특정할 수조차 없다.


질병관리본부 한 관계자는 "운좋게 주사기 재사용 병원을 추가 적발한다 해도, 병원마다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을 추려내려면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 될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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