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기도 부천의 자택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된 중학생 이모(14·여) 양은 1년 가까이 장기 결석중이었지만, 교육당국은 단 한 차례도 이 양의 집을 방문하지 않는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부가 이달부터 장기결석중인 중학생까지 범위를 늘려 아동학대 여부를 전수조사하는 와중에 나온 사건이어서 '뒷북 대응' 비판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부천 소사경찰서는 이날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이 양의 아버지(47)와 계모인 백모(40)씨를 긴급체포했다.
아버지 이씨는 지난해 3월 17일 중1이던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방안에 시신을 방치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보름뒤인 3월 31일 경찰에는 "딸이 가출했다"고 신고했다.
이들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저녁에 훈계를 하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딸이 숨져있었다"면서 "이불로 덮어놓고 냄새가 나 방향제 등을 뿌리면서 집안에 유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정부의 '장기결석 전수조사'와는 무관하게, 경찰이 '장기 미귀가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드러났다. 이들 부부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집안에서 시신을 발견해낸 것.
숨진 이 양의 결석일수는 지난해 3월 12일~4월 30일, 5월 5일~6월 5일, 6월 15일부터 24일까지 모두 66일에 이른다.
이 양이 다니던 중학교측은 "처음 결석한 3월 12일 부모와 통화해 출석을 독려했다"며 "같은달 23일과 30일에도 출석을 독려하는 우편을 두 차례에 걸쳐 보냈다"고 밝혔다.
또 6월 9일에 세 번째 우편을 발송했지만 일체의 응답이 없어 같은달 24일 '학교부적응으로 인한 유예처리' 조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직원 등이 이 양의 집을 직접 방문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장기결석중인 이 양이 11개월 만에 방안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된 점을 감안하면 안타까움이 남는 대목이다.
관할인 부천교육지원청은 "이번 사건은 학교측이 경찰에 신고해 드러난 게 아니다"라며 "관내 장기결석 학생 명단은 확보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선 공조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매뉴얼에는 출석을 독려하는 우편을 발송하도록 돼있을 뿐, 가정을 방문하라는 지침은 포함돼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달말에야 초중생이 7일이상 무단결석할 경우 담임교사가 2번 이상 가정을 방문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매뉴얼을 만들어 새학기에 적용하기로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장기결석 중이던 11세 소녀가 아버지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다 탈출한 사건이 발생하자, 전국 초등학교 5900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장기결석 초등학생은 278명, 특히 이 가운데 4명은 소재가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또 이달부터 3월말까지 관계부처 합동으로 장기 결석중인 미취학 아동과 중학생까지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따라서 이 양의 경우처럼 '장기 방치' 되어온 사례가 추가로 드러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의 전수조사와는 무관하게 이번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교육당국을 비롯한 정부의 아동 및 청소년 관리 시스템 전반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