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바이러스 확산을 '국제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했지만, 보건당국은 2일 "국내 전파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현재의 위기경보 수준인 '관심 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이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이집트숲모기가 국내엔 서식하지 않는 데다, 또다른 매개 모기인 흰줄숲모기 역시 개체밀도 자체가 적은 데다 겨울철엔 활동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직무대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내에 환자가 유입된 사례는 없고 현재는 국내 매개모기의 활동도 없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특히 해외 감염 환자가 국내에 입국하더라도 4월까지는 전파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모기가 활동하는 시기가 주로 여름철이고 빨라야 5월 이후이기 때문이다.
주요 매개모기인 이집트숲모기의 경우 국내에 성충 자체가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또 매개가 가능한 흰줄숲모기 역시 국내 모기의 2~3%밖에 되지 않는 데다 서식지도 숲으로 제한돼있다.
흰줄숲모기는 뎅기열 등 다른 바이러스의 매개체이기도 해서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주요 서식지를 '감시 거점센터'로 운영해 집중 관리해왔다. 2010년 3곳이던 감시 거점센터는 지난해의 경우 도심의 공원이나 숲은 물론, 공항과 항만, 철새 도래지 등 10곳에 이른다.
하지만 연간 200명 이상의 환자가 유입되는 뎅기열의 경우에도 모기를 통한 국내 전파 사례는 없었다는 것이다.
질본 관계자는 "흰줄숲모기는 5~11월, 특히 7~9월 여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며 "매월 2회 실시하는 모기 채집에서도 182마리 미만의 소수만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 젖산을 사용해 모기만을 선택적으로 유인하는 채집기(BG-Sentinel trap)를 개체밀도 측정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채집된 흰줄숲모기를 검사한 결과 지카바이러스나 뎅기열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또 지카바이러스가 혹시 유입되더라도 매개모기의 특성상 국내 토착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정은경 직무대리는 "국내 기후 환경은 겨울철에 온도가 10℃이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모기 성충은 모두 소멸된다"며 "따라서 사람-모기, 사람-사람간 전파 사이클이 차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속적인 '기후 온난화' 현상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기온 상승으로 매개 모기의 개체밀도가 늘어나게 되면 어느 순간엔 해외 유입에 따른 국내 발생 자체도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일단 이들 매개모기의 전국적 분포를 조사하는 한편, 채집된 모기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때 지카바이러스도 추가하기로 했다.
또 남미 지역에서 입항하는 항공기 등에서 매개모기가 발견되면 즉각 소독 조치하고, 검역구역내 모기 방제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환자 발생이 많은 브라질의 경우에도 이집트숲모기 번식 방지를 위해 대대적인 서식지 제거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201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