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 93%는 '사전 신호'…가족 81% "눈치 못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93.4%는 생전에 나름의 '신호'를 보냈지만, 유가족의 81%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지난 2012~2015년 자살 사망자 121명의 유가족 151명을 면담해 분석한 '자살자 심리부검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조사 대상 자살 사망자는 모두 경찰이나 유가족이 심리부검을 의뢰한 경우다. 이들 대부분은 목숨을 끊기 전 주위에 자살을 고려하고 있거나 의도가 있음을 내포한 여러 방식의 '경고'를 보낸 것으로 분석됐다.


"내가 먼저 갈테니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천국은 어떤 곳일까", "총이 있으면 편하게 죽을텐데" 식으로 사후세계에 대한 동경이나 자살 방법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굳이 언급이 없더라도 농약이나 번개탄을 구입한다든지, 은행 계좌에서 현금을 다량 인출해 가족에게 전달하는 식의 '행동 신호'도 발견됐다. 사망 전날 평소와 달리 가족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려 하거나, 지나치게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다.


갑작스럽게 울거나 대인 기피 증세를 보이는가 하면, 말없이 무기력해지거나 집에 틀어박혀 모든 것에 흥미를 잃는 등 정서적 신호를 보내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자살 관련 보도를 검색해 정독하는 경우도 '신호'로 해석됐다.


하지만 유가족의 81.0%는 이같은 '신호'를 눈치채지 못하다가 나중에 심리부검 과정에서야 뒤늦게 알아차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앙심리부검센터 관계자는 "자살 경고 신호에 대한 교육 등 자살예방 게이트 키퍼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전과 다른 변화를 보이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정신건강증진센터(1577-0199)나 정신의료기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 자살 사망자 가운데 88.4%는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갖고 있었지만, 숨지기 전 한 달 이내에 정신의료기관 등을 이용한 경우는 25.1%에 불과했다. 또 자살 사망자의 28.1%는 자살하거나 이를 시도했던 가족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 당시 음주 상태였던 사람은 39.7%였고, 지나친 음주로 대인관계 등에 문제를 갖고 있던 사람도 25.6%였다. 특히 절반 이상은 가족이 알코올 문제를 갖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중장기적인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을 다음달중 발표할 계획이다.



201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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