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년전 발표하려다 돌연 철회해 표류중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올해 주요 업무에서도 누락시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행복' 분야 합동 업무보고에서 이른바 '복지 행복 체감 프로젝트 추진'을 주제로 한 새해 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복지부는 △읍면동 복지허브화 추진 △맞춤형 급여 및 보육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복지사각지대 선제적 발굴 등을 주요 추진 과제로 꼽았다.
정진엽 장관은 "올해 700개 읍면동에 맞춤형 복지 전담팀을 설치하는 등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제도에 대한 체감도를 높이고 사각지대는 적극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존 주민센터를 '주민복지센터'로 전환하는 방안을 행정자치부와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현재 추진중인 사업들을 총망라해 제시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추진 계획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이 복지 분야에서 국민적 관심이 상당히 높은 사안인 걸 감안하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워낙 예민하고 복잡한 문제여서 지속적으로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며 "실제 서면보고에는 '합리적 개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적어놨다"고 해명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은 박근혜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복지부는 지난 2013년부터 전문가들과 함께 기획단을 꾸려 개편안을 마련해왔다.
이어 지난해초 확정된 개편안을 발표하려 했지만, 갑자기 백지화를 선언했다가 여론 질타에 밀려 마지못해 재추진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진행상황은 일체 공개되지 않은 채 1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개편안은 재산이나 소득이 많은데도 피부양자로 돼있는 일명 '무임승차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반면,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가입자의 부담은 줄여주는 게 그 골자다.
가령 생계형 자동차와 평가소득은 부과 기준에서 폐지하고, 저소득층 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방향으로 '최저보험료'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위원장은 "적용 가능한 방안이 이미 나와있음에도 개편을 미루는 것은 현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지지계층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기초생활 현금급여(생계+주거)를 지난해보다 6만 1천원(13.4%) 오른 월평균 51만 7천원으로 인상하는 한편, 기초연금 지급대상 선정기준액도 기존 93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초경(初經)에 들어가는 만12세 청소년 23만명에게 6월부터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및 건강상담을 지원하는 등 생애주기별 보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의 200여개 비급여 항목에 대해선 새롭게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종일반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보육체계는 7월부터 '맞춤형'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다자녀, 저소득층, 중증장애, 한부모 등 증빙을 마친 60만명에 한해서만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201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