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물어 16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지만, 정작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외해 '면죄부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9~10월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감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메르스 사태를 "보건당국의 총체적 부실 대응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로 규정하면서, 39건의 문제점을 적발해 징계 8건, 주의 13건, 통보 18건 등 조치했다.
특히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해선 방역 실패의 책임을 물어 해임을 요구했다. 허영주 감염병관리센터장에 대해선 강등을, 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에 대해선 정직을 요구했다.
징계를 요구한 16명 가운데 75%인 12명은 질병관리본부 직원에 집중됐다. 복지부와 보건소 직원은 각각 2명이다.
감사원은 그러나 메르스 사태 당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장'을 맡아 방역 대응을 이끌었던 문형표 전 장관과 장옥주 전 차관은 모두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감사원은 이날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건당국이 검사를 지연시켜 조기 수습의 기회를 놓쳤다"며 "병원명 공개 등 적극적인 방역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형표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 출석해 "병원명 비공개 방침은 내가 결정했다"고도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감사원측은 "감사 과정에서 실무자들이 문 전 장관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고, 문 전 장관의 지시가 이행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이 결과 발표 시점까지 조율해가며 문 전 장관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당초 지난해 10월말 감사를 마친 뒤 연내 발표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해가 바뀐 이날에야 결과를 공개했다. 대통령 의중에 맞춰 '코드 감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사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공석이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문 전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메르스 참사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넉 달만에 산하기관장으로 '금의환향'한 셈이다.
지난해 5월 20일 한반도를 덮친 메르스 사태는 186명의 확진환자와 36명의 사망자를 내는가 하면, 1만 7천명에 육박하는 국민들을 격리시키는 등 생활 전반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이날 감사 결과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국가방역체계 개편 작업을 조속히 완료하겠다"며 "질본 역량 강화와 사기 진작을 위한 혁신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짤막한 입장만 내놨다.
201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