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초 발표하려다 돌연 접었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표류 끝에 결국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줄곧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소득 직장인이나 일명 '무임승차자'로 불리는 피부양자들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진엽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내 개편을 목표로 한 건 전임 장관 얘기"라며 "지금은 책임을 완전히 내가 져야 하는 상황이고, 일정이 많이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방문규 차관 역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은 정확한 시기를 말하기 어렵다"면서 "중요한 문제인 만큼 실수가 없어야 하고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복지부측의 이같은 해명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운영위원장은 "정부는 시뮬레이션 점검을 더 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근거없는 핑계"라고 비판했다.
이미 4~5년전부터 건강보험공단을 비롯한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해 시뮬레이션까지 마쳤고, 실제 구현해도 될 수준의 정책 입안이 끝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가 올해초 발표하려던 개편안은 여론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갑자기 백지화됐다가, 빗발치는 질타에 등 떠밀리듯 다시 논의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표류중이다.
복지부가 지난 10월 국회에 보고한 개편 방향을 보면, 재산이나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에 대해선 부과기준을 강화해 보험료를 더 내게 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또 생계형 자동차와 평가소득은 부과 기준에서 폐지하되, 저소득층 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방향으로 최저보험료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중이다.
현행 부과체계가 지역·직장 가입자 모두 상위 고소득층은 보험료를 덜 내고, 저소득층은 지나치게 더 내는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오건호 위원장은 "가능한 방안이 나와있음에도 개편하지 않는 것은 결국 현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지지계층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개편 여부나 시점이 이미 복지부 손을 떠나 청와대에 달려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01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