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은 '일각'…보건당국 '빙산' 숨기나


다나의원 피해자 가운데는 호르몬 장애로 인공관절에 의지하거나 저혈압 쇼크로 생사를 넘나드는 등, C형간염과 무관한 중증 부작용도 속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감독 부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C형간염 문제 외에는 일체 숨겨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국, C형간염과 '주사기 재사용' 문제만 부각


지난 2008년 이후 다나의원을 이용한 2268명 가운데 3일 0시까지 항체 검사를 받은 사람은 절반가량인 978명. 이 가운데 C형간염 양성으로 확인된 사람은 모두 78명이다.


보건당국은 다나의원의 집단감염 사실을 인지한 지 2주가 지나도록 "별다른 중증 합병증 사례는 없었다"며, C형 간염 관련 단순통계만 거의 매일 공개해왔다. 그러면서 '주사기 재사용' 문제만 집중 부각돼왔음은 물론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방역 사안 외에 치료 행태 부분은 조사하지 않고 있다"며 "너무나 확연하게 문제가 되지 않는 다음에야 어떻게 다 조사를 하겠느냐, 실제로 특이하게 확인된 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나의원에서 C형간염 문제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C형간염과 무관한 '특이한 부작용'을 겪은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리 괴사로 인공관절 의존", "혈압 40까지 떨어져 죽을 뻔"


다나의원에 10년 이상 다녔다는 피해자 A씨는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온몸이 헐고 피가 나 요리를 할 때조차 장갑을 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침에 들어가 수액을 맞고 오후에 나올 때 되면 체중이 3.5kg 줄어들었다"며 "주사를 맞는 내내 화장실을 가게 된다"고 회고했다.


역시 7년간 수액주사를 맞았다는 피해자 B씨도 "지난 2008년 부신피질 호르몬장애로 다리가 괴사돼 지금도 인공관절에 의지하고 있다"고 CBS에 알려왔다.


B씨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니 의사가 화를 내며 다나의원 처방전을 달라고 했다"며 "스테로이드를 과다하게 투여해 면역력 자체가 제로가 된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B씨 역시 "그날 주사를 맞으면 화장실을 수십번 왔다갔다 했다"며 "원장이 물을 6리터씩 마시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또다른 피해자인 C씨는 자칫 생명을 잃을 뻔한 케이스다. C씨는 "수액주사를 맞던 중 슬슬 건강이 나빠지더니 2011년에 혈압이 40까지 떨어져 중환자실에 실려갔다"며 "근 두 달간 죽다가 살아났다"고 했다.


당시 C씨가 입원한 대학병원 역시 다나의원측 처방전을 요구했지만, 다나의원은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부작용 넘쳐나는데…당국은 "특이사항 없다"


CBS가 입수한 '다나의원 수액 약품 리스트'로 볼 때, 이들 피해자들이 겪은 부작용은 스테로이드제 성분의 부신호르몬제인 '덱사', 고혈압 환자에게 주로 처방되는 이뇨제인 '라식스' 등의 오남용에 따른 것으로 의심된다.


이처럼 심각한 피해 사례들이 넘쳐나는데도 그동안 보건당국은 "특이한 사례는 없다"며 C형간염과 주사기 재사용 문제만 강조해왔다. '부실 관리 감독'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부작용들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지난달 30일 CBS 인터뷰에서 "평균적으로 의원들이 주사제 치료를 20%가량 한다면, 다나의원은 99%를 주사제로만 청구를 했다"며 "당연히 한 번 정도는 (현장점검을) 나와봐야 됐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주사제 처방률 평가에서 다나의원은 상반기에 98.12%를 기록, 의료기관 평균인 19.29%와는 비교도 안되는 진료 행태를 나타냈다.



201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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