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에서 집단 폐렴이 발생한 지 40일이 지났지만, 보건당국이 좀처럼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학교 서울캠퍼스 동물생명과학관에서 집단 폐렴이 처음 발생한 건 지난달 19일. 당국은 이달초만 해도 "11월 안에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원인은 오리무중에 빠져있는 상태다.
질병관리본부 양병국 본부장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최종적으로는 이달 말이면 우리가 조사를 하고자 하는 검체들에 대한 결과는 모두 나온다고 볼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다음달에도 최종 결과를 내기 쉽지 않을 거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폐렴 환자 55명 가운데 이번 감염과 무관한 결핵 환자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퇴원한 상태. 이들 모두에게서 공통의 원인체를 밝혀내고, 실험실 환경에서도 같은 원인체를 찾아내야 정확한 규명이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국은 환자들의 신체는 물론 실험실에서 채취한 환경 검체를 놓고 바이러스와 세균, 진균(곰팡이), 오염물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공통의 원인체'를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사람 대 사람 감염은 없다'는 점을 밝혀낸 게 지금까지의 성과라면 성과다. 원인 규명이 늦어지다보니 각종 실험과 연구가 이뤄지던 해당 건물은 한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폐쇄중인 상황이다.
당국은 원인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건물 폐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당장 내년 졸업 논문을 준비중인 대학원생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동물생명과학대에는 4개 학과 대학원생 127명이 재학중으로, 이 가운데 23명이 내년 2월, 또 내년 8월엔 20명이 졸업할 예정이다.
건국대 연구윤리센터 생물안전위원회 장원종 교수는 "의심가는 물질들을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듣고 있다"며 "참으로 학생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학교측은 일단 내년 2월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보건당국과 협의를 거쳐 실험실에 있는 연구데이터나 행정자료 등은 엄격한 멸균 제독 작업을 벌인 뒤 외부로 반출하고 있다.
하지만 실험중이던 시약은 반출이 원천 금지돼있는 만큼, 졸업 논문을 준비해야 하는 대학원생들의 불편과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5-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