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알고도 '은폐 정황'…조사대상 2천명 육박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병원에서 수액주사를 맞은 환자 18명이 C형간염 바이러스에 집단 감염돼, 방역 당국이 20일 해당 병원을 폐쇄한 채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이 병원은 감염 사실을 알고도 환자들에게조차 은폐했던 것으로 드러났고, 당국은 이 병원이 문을 연 2008년 이후 내원한 환자 2천여명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진행중이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병원은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다나의원이란 곳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이 병원 방문자 18명이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역학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확인된 감염자는 해당 병원 원장의 부인과 종사자 2명, 나머지 15명은 이 병원에서 수액주사를 투여받은 환자들이다. 


해당 병원은 정밀 조사를 위한 현장 보존과 추가 감염 방지 차원에서 잠정 폐쇄조치된 상태다.


C형간염은 혈액을 매개로 전파되는 감염병으로, 일상 생활에서 전파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만성간경변이나 간암 같은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런데도 이 병원 원장은 이달초 이미 감염 사실을 확인하고도 환자들이나 보건소엔 알리지 않은 채 은폐를 시도해온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법정감염병인 C형간염이 발견되면 의료기관은 7일 안에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돼있다.


질본측에 따르면 이 병원 원장은 자신의 부인이 이달초 종합병원에서 C형간염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자, 병원 종사자와 내원자들을 상대로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환자들에게 어떤 검사인지, 또 결과 역시 통보하지 않았다. 특히 검사를 수행한 직원들을 불러모아놓고도 환자들에게 감염 여부를 알리지 말라고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는 게 질본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수액주사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주사바늘을 재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법령 위반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법적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2008년 이후 지금까지 내원했던 환자 2천여명에 대해서도 수액주사를 맞았는지 확인해 검체 검사를 벌이고 있다.


양천구 보건소 관계자는 "이날 오후 3시부터 500여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수액주사를 맞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수액주사를 맞은 적이 있다면 보건소에 와서 검체 검사를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내원자 명단은 2천여명에 이르며, 경찰은 이 명단을 토대로 연락처를 파악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까지 보건소에 방문해 검체 검사를 받은 사람도 벌써 십여명에 이른다.


이번 집단감염은 감염자 가운데 한 명이 전날 보건소에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환자들은 다행히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상태이고, 공기로 전염되지 않는 C형간염의 특성상 별다른 격리 조치는 취해지지 않을 전망이다.



201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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