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했지만, 36명 규모의 집필진 가운데 단 2명만 공개할 것으로 보여 '밀실 편찬'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역사교과서 편찬 책임을 맡은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정부의 국정화 강행 하룻만인 4일 오후부터 9일까지 엿새간 집필진 공모에 들어갔다.
공모 대상은 선사(상고사), 고대사, 고려사, 조선사, 근대사, 현대사, 동양사, 서양사 등 8개 분야를 망라해 교수·연구원·현장교원 25명이다.
국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중학교 교과서 25명, 고등학교 교과서 11명 등 36명으로 집필진을 꾸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공모 인원을 제외한 11명은 학계 원로 등을 초빙, 이 가운데 여섯 명이 시대별로 대표 저자를 맡게 된다.
하지만 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초빙 집필진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최몽룡 명예교수와 이화여대 인문과학부 신형식 명예교수 등 단 2명.
나머지 대표 저자 4명도 거의 확정됐다는 게 위원회측 설명이지만, 추가 공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정배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나머지 대표 저자의 공개 여부를 묻자 "공고가 끝날 때까지는 그분들을 편안하게 해드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초 정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집필진 전체를 공개할 뜻임을 내비쳐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 집필진만 공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고, 국정화 강행 이후엔 "대표 집필진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또다시 말을 바꾼 셈이 됐다.
실무 책임을 맡은 국편 진재관 편사부장도 "공개를 했을 경우 집필에 여러 가지로 영향을 받겠다고 하면 결국은 집필진 공개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추가 공개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결국 별다른 논쟁거리도 없는 고대사 영역의 '대표 저자' 2명만 공개한 국편이 '초미의 관심사'인 근현대사 집필진은 공개하지 않은 채 국정교과서 제작에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국정화 이전부터 제기됐던 '밀실 편찬' 우려가 한발짝 더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특히 "거의 확정됐다"고 밝힌 나머지 대표 저자들이 끝내 공개되지 않을 경우, 근현대사 집필진 등의 면면이 드러나면 불러올 파장을 우려해 일부러 확정 사실조차 숨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201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