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국정화 반대'에도…박근혜정부는 '말바꾸기'만

박근혜정부가 갈수록 커져가는 반대 여론에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방침을 고수하면서, 궁색한 변명과 말 바꾸기만 거듭하고 있다.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던 교과서 집필진도 일부만 공개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밀실 편찬'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교육부 황우여 장관은 '의견 수렴' 기간인 27일에도 국정화를 위한 교과서 구분 고시를 다음달 5일 확정하겠다는 뜻을 거듭 천명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시대 퇴행적인 국정화에 대한 우려는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마저 '집필 거부 선언'으로 터져나왔다.


대표적 뉴라이트 학자인 권희영 교수 등 2명을 제외한 역사학 전공 교수 8명 전원이 "국정교과서는 구시대의 유물"이라며 참여를 일체 거부하고 나선 것.


국립 대학인 서울대에서도 역사 교수들에 이어 일반 교수 370여명이 28일 국정화 반대를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이처럼 좌우를 막론하고 여론의 반발이 거센데도 국정화를 강행하려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과 말 바꾸기만 속출하고 있다.


보름전만 해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던 교과서 집필진은 5~6명의 '대표 필진'만 공개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황우여 장관은 27일 "본인 의사도 존중해야 한다"며 "자유롭게 충실한 교과서를 쓰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을 국사편찬위원회가 숙고중"이라고 했다.


행정예고 기간 수렴된 국민들의 의견들도 당초의 '투명 공개' 방침과는 달리, 제출자에게 검토 결과를 '개별 통보'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교육부는 비밀 운영으로 논란이 된 '국정화 TF(태스크포스)'에 대해서도 처음엔 "TF인 건 맞다"고 해명하다가, 행정 절차상 위법이란 비판이 잇따르자 "TF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황 장관은 이날 "정확하게는 기존 역사교육지원팀이 너무 인원이 적어서, 앞으로 닥칠 업무량에 대비해 보강하고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지난 12일 국정화 발표 이후 이튿날 곧바로 44억원의 예산을 '예비비'로 몰래 지급해놓고도, 14일 국회 예산 설명회에선 "예비비로 할지 본예산으로 할지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보고한 것도 대표적인 거짓말 사례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자세히 배우는 유관순 열사를 "현행 고등학교 교과서엔 없다"고 호도하거나, 비판적으로 기술된 주체사상을 갖다대 "북한 교과서를 보는 것 같다"고 색깔론을 덧씌우려 한 것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황우여 장관은 이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으니 교육부를 믿어달라"고 했지만, 스스로 불신을 키운 정부가 다음주 국정화를 강행할 경우 국론 분열에 따른 국력 소모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행정학자인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은 "정부가 순간순간 말을 바꿀 게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고, 할 수 없는 건 손을 놔야 한다"며 "국립이든 국영이든, 국가 중심으로는 안 되는 세상이란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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