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6일 이른바 '국정화 비밀TF(태스크포스)' 운영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국정화 방침 발표 이전부터 문제의 TF가 청와대와 조율하면서 '좌편향 교과서' 공격 논리 개발이나 향후 집필진 구성 등에 관여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전날 "교육부가 지난 9월말부터 국정화 추진 작업을 위해 교육부 안에 있는 전담 팀과는 별개로 비공개 TF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오후 8시쯤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제교육원 건물에 찾아가 내부 진입을 시도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막혀 이날 새벽까지 대치중인 상태다.
밤사이 상황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벌어졌던 이른바 '국정원 댓글녀'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의혹의 중심이 된 TF 사무실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불까지 꺼진 채 모든 출입이 원천 봉쇄됐다.
갑작스럽긴 해도 소관 상임위 국회의원들의 방문에 경찰력까지 동원해 막아선 건 이례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들도 밤사이 연락을 두절했다가, 자정 넘어서야 짤막한 해명자료를 냈다.
교육부는 이날 새벽 0시 30분쯤 낸 긴급 자료를 통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현행 역사교육지원팀의 인력을 보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방안과 관련, 국회의 자료 요구 및 언론 보도 증가로 업무가 증가해 지난 5일부터 한시적으로 국립국제교육원에 사무실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역사교육지원팀에 인력이 순차적으로 보강된 것일뿐, 공식 조직과는 별개로 비밀 TF를 꾸려 운영한 건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을 받아들인다 해도, 국정화 발표 이전에 이미 국정화를 위한 각종 작업을 비공개 팀이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절차상 위법 논란은 불가피하다.
황우여 부총리는 팀이 꾸려진 이후인 지난 8일 국정감사 때도 "국정화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도종환 의원은 전날밤 기자회견을 통해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국민 여론을 들어야 하는 기간 동안 실제 일을 집행하듯 하는 것은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국정원도 아닌 교육부 직원들로 이뤄진 팀원 상당수가 파견 등 정식 명령 없이 일종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것도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입수해 공개한 'TF 구성 운영계획안'에 따르면, TF는 국립대인 충북대 오석환 사무국장을 총괄단장으로 기획팀 10명, 상황관리팀 5명, 홍보팀 5명 등 모두 21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상황관리팀 소관 업무에 'BH 일일점검 회의 지원'이라고 명시돼 있는 데다, 집필진 및 교과서편찬심의회 구성에까지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임무'인데도, 교육부는 일언반구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같은당 유은혜 대변인은 "제보에 따르면 9월 하순부터 (TF팀) 회의를 진행했다고 하고 청와대 교문수석도 이 회의에 참여했단 얘기가 있다"며 "사실이라면 명백히 법적 위반과 절차상의 위법을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측은 또 여론 반발로 궁지에 몰린 정부가 이 팀을 통해 기존 교과서 집필진과 역사 단체를 '색깔론'으로 공격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결국 국정화 강행은 당사자들의 부인과는 무관하게 청와대가 주도했을 개연성이 짙어지면서, 이번 사건이 불러올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