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주거·육아 '총체적 난국'인데…정말 애 낳을까

정부가 저출산·고령화의 원인으로 일자리와 주거, 육아 문제를 지목하고 출산율 높이기에 대대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제대로 된 '진단'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지만 '처방전'의 실효성을 놓고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은 19일 열린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이번 계획의 핵심은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긍정적인 해법은 젊은 세대가 결혼을 꿈꾸고 아이를 낳는 사회 여건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는 일자리와 주거, 교육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출생·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일·가정 양립이 일상화되도록 기업과 사회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의 정책 방향과 계획을 담은 시안이다.


일찍 결혼할수록 내 집 마련에 혜택을 준다거나, 임신과 출산에 드는 본인 부담 의료비용을 없애는 등 만혼(晩婚)과 비혼(非婚)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1.2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을 2020년까지 1.5명선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고령화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노인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기초연금 수급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은 물론, 대중교통 및 문화시설 이용시 주어지는 무료 혜택도 70세가 되어야 받게 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구상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일명 '3포 세대'가 늘어난 배경인 일자리·주거·육아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란 것이다.


한성대 경제학과 이상한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서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원하는 주거 취약가구가 많은데 신혼부부에게 관련 물량을 확대하면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혼부부 등에게 저금리의 전세대출 한도를 늘리겠다는 정부 대책 역시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한국노총 김순희 여성본부장은 육아 문제를 두고도 "여전히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성평등이 보장돼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고 지적했다.


노인 연령 상향을 놓고도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다.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조세팀장은 "노년층 복지 정책을 강화해도 부족한 판에 정부가 재정 절감만 생각하고 있다"며 "연령 상향은 빈곤율·자살률 등에서 최악인 한국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별도 논평을 내어 "만혼을 문제로 내세우는 등 전통적 가족 개념에 기반한 시대착오적 구상이 대책으로 제시됐다"며 "사회적 불평등과 성차별에 관한 문제의식은 철저히 배제됐다"고 혹평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강혜련 교수는 이번 시안에 대해 "세대를 아우르는 내용을 너무 많이 담다보니 핵심이 무엇인지 잡히지 않는다"며 "관련부처의 정책을 파노라마처럼 나열한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다음달중 최종 기본계획을 확정한 뒤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정진엽 장관은 "저출산 추세를 바꾸려면 개인과 사회의 인식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며 "단기적 과제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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