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국정교과서 개발을 맡은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집필진 공개와 학설 병기 여부를 놓고 김정배 위원장과 진재관 편사부장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다.
편찬 실무를 책임지는 진재관 부장은 1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로간의 의견이나 해석이 달라지는 부분은 두 가지가 같이 교과서에서 소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 부장은 "그래서 학생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의견이 갈리는구나, 해석이 달라지는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런 장치들은 현재도 교과서에서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시정부가 세워진 1919년을 대한민국의 '법통'으로 명시한 헌법에 반해 이승만 정부가 탄생한 1948년을 건국일로 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고 학계에서 그 부분을 정리하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그럴 경우엔 아마 병기를 해서 다른 설이 존재하고 있음을 표시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사편찬위 김정배 위원장은 전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중고등학교 학생한테는 사건과 사실의 정확성만 얘기해주면 된다"며 "교과서에다가 다양성을 어떻게 집어넣느냐, 그건 안된다"고 잘라말했다.
학계와 집필진 논의를 거쳐 정리된 하나의 의견만 교과서에 담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2일 국정화 강행을 발표하면서 사뭇 다른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하나의 교과서에 사회적 합의와 통설을 중심으로 기술하되 무게 있는 다양한 이설은 병기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와 국편 위원장, 편사부장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원칙적으로 병기를 허용하지 않되 '1948년 건국절' 같은 주장들은 교과서에 병기하는 걸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달 확정한 '2015 교육과정 개정고시'에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외면한 채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기하도록 했다. 진재관 부장이 '역사' 교육과정의 책임자였다.
진 부장은 국정교과서 집필진 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워낙 우리나라가 개방된 사회여서 약간은 검토를 해야 되겠지만 어떻게든 결과는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참여 집필진에 대한 각계각층의 비판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면면을 공개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배 위원장은 12일 브리핑에서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온 국민이 '아, 이러이러한 분이 이러한 절차에 따라서 집필에 참여하시게 되었구나' 하는 투명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종래와 다르게 모든 행정은 상당히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출 수 있느냐"며 "집필에 들어가면 그때는 아마 공개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밝힌 국정화 비용은 44억원이다.
진재관 부장은 "전체적으로 집필진은 20~40명선이 될 것"이라며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로 집필진을 구성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근현대사 축소 논란에 대해선 "교육과정에 나와 있는 비율(40%)을 교과서에서 임의로 줄이거나 늘릴 수 없다"며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만들어져야 된다"고 해명했다.
2015-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