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민주항쟁' 대폭 축소…"친일파 역사 쓰나"

정부가 국정으로 전환한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근현대사에 대한 서술 자체가 축소되고, 이마저도 정치사가 아닌 경제사와 사회·문화사 등의 분야가 대폭 반영될 전망이다.


국정 교과서 개발을 맡은 국사편찬위원회 김정배 위원장은 12일 "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의 초점은 근현대사 100년에 있다"며 "이번 근현대사에는 역사가만이 아니라 정치사와 경제사, 사회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분들을 초빙해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방안' 브리핑에 참여해 "집필진 구성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명망있고 실력있는 명예교수로부터 노장청을 전부 아우르는 팀으로 구성할 것"이라며 "전체 역사를 다양하게, 그리고 훌륭하게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언급은 국정 교과서 배포까지 제작 기간이 짧은 데다, 집필진 구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 반박하는 성격으로 나온 것이다. 


국정교과서 개발이 '근현대사 100년'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집필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을 뿐더러 필진 구성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론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다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역사학계의 90%를 차지한다"고 주장한 일명 '좌파학자' 참여 여부에 대해선 "본인들이 참여한다면 개방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집필진이 설혹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도 마구 집어넣어선 안 된다"며 "이념적인 문제가 지나치다면 교과서에 쓸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현대사의 경우 역사학의 고유 영역인 것처럼 잘못 알고 있다"며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등 모든 것을 소화하지 않고 역사가 마치 독식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우리가 어려운 시기를 당했기 때문에 투쟁의 역사를 강조한 때가 있었지만, 역사는 투쟁의 역사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교과서는 투쟁일변도의 역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발언은 일제 치하 독립운동이나 친일파 행적, 또 군사독재의 그늘과 이에 대한 민중 항쟁 등에 대한 서술이 상당 부분 축소될 것임을 가리킨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대한민국 수립'이 1919년인지, 1948년인지를 묻자 "불필요한 얘기는 여기서 하지 않겠다"며 "그것은 우리 학계의 큰 문제 중에 하나"라고 즉답을 피해갔다.


대한민국 수립은 1919년 임시정부를 그 시작점으로 하고 있지만, 최근 뉴라이트 학자들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까지 나서 이른바 '건국절'이라 주장하는 1948년 8월 15일로 개념을 바꾸려 하고 있는 형편이다.


참여정부 당시 8대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숙명여대 교수는 "결국은 교과서에서 독립운동사를 지우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집어넣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며 "독립운동가들의 업적보다는 이승만과 박정희 등 친일파들의 역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황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일각에서 정부가 교과서를 직접 만들게 되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특정인물을 우상화하는 내용이 수록될 것이라고 비난한다"며 "이런 비난이야말로 역사교육의 이념 편향과 그로 인한 사회의 갈등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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