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결국 '역사 국정화' 카드를 꺼내쥐었다. 지난 1974년 유신체제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41년만이자, 2007년 폐지 이후 8년만의 부활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2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른바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방안'을 발표한다.
현행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인정 체제를 폐지하는 이유와 국정화 추진 계획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한국사 국정화 전환을 명시한 '중등학교 교과용도서의 국검인정 구분안'도 이날 행정예고한다. 구분안은 20일가량 지난 다음달초 확정 고시된다.
정부는 내년 1학기까지 현장 검토본 제작을 마쳐 2학기에 일부 학교에서 시범 수업을 진행한 뒤, 2017년부터 전국 모든 중고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현행 검정 체제에서는 중학교 9종, 고등학교 8종의 교과서를 민간 출판사들이 발행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교육부 산하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가 개발을 맡아 '하나의 교과서'만 허용된다.
여론 반발에 밀려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던 교육부가 결국 '국정화' 방침을 굳힌 데에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박 대통령은 취임 4개월만인 지난 2013년 6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교육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2월 교육사회문화 분야 업무보고에서도 "정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사실오류와 이념편향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국정화 의지'는 역사학계의 반발과 사회적 논란에도 아랑곳없이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가운데 국정 교과서를 발행하는 나라는 터키와 그리스, 아이슬란드 등 3곳뿐이다.
김재춘 차관은 대학교수 시절인 2009년 연구 보고서에서도 "국정 교과서는 독재국가나 후진국가에서만 주로 사용되는 제도인 반면 검·인정 교과서는 이른바 선진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합세해 현재의 검정 교과서들을 '좌편향'이라고 일제히 몰아붙였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국정 교과서를 채택중인 북한의 길을 다시 따르게 됐다.
역사교육연구회와 역사교육학회. 웅진사학회와 한국역사교육학회 등 4개 학회는 전날 낸 공동 성명을 통해 "역사에서 고정된 하나의 해석만 가르친다면 우리의 미래 세대는 획일적인 사고의 틀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정치적, 문화적, 교육적 후진국임을 자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역사의 평가 대상이어야 할 권력이 오히려 칼자루를 움켜쥔 시대가 21세기 한반도 남북 모두에 다시 도래했다는 얘기다.
201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