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내신' 비중 커진다…사교육도 '중심이동'

지금의 고1학생들이 치를 2018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되면서, 평소 내신성적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영어 사교육 시장 역시 지금까지처럼 수능이 아닌, 내신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수능 중심의 교육 체제에서는 학교 영어 수업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수험생과 학부모의 일반적 인식이었다.


경기도 고양에 사는 고2학생 박모(17) 군은 "솔직히 학교 수업은 아무런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며 "학교에선 교과서 위주로 하다보니까 딱히 수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수능에서 1점이라도 더 받으려면 읽기 위주의 '문제풀이식' 공부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고, 이러다보니 실제 언어 능력에 중요한 말하기와 쓰기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십수 년을 공부해도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대화 한마디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이 학력고사 시절부터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절대평가 도입으로 영어 과목만큼은 내신 성적, 즉 평소 학교 수업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교육부 대학입시제도과 김두용 과장은 "수능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부를 통해 영어를 평가하도록 하는 게 국제적 기준이나 우리가 지향하는 언어 학습에 맞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올해 4년제 대입전형 모집요강만 봐도 전체 모집인원의 58% 이상을 학생부전형으로 선발하고, 수능과 전혀 상관없이 뽑는 인원도 35%에 이른다.


김 과장은 "과거 학력고사 시절부터 수능이 대입의 대명사인 것처럼 '신화'로 남아있다"며 "하지만 수능의 영향력은 굉장히 약해졌고 앞으로 더 약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매년 60만명이 응시하는 수능에서 말하기와 쓰기를 일일이 채점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결국 모든 영역의 학습과 평가가 가능한 평소 학교 수업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도 대체로 이같은 영어 교육의 변화를 반기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류성남 장학관은 "수능에 매달려서 못하던 것을 앞으로는 정규 수업에서 해야 한다"며 "고교 영어를 내실화해서 의사소통, 실용영어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 위주였던 영어 사교육 시장 역시 내신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전망이다.


종합학원 영어강사인 최동원씨는 "1등급인 학생을 뽑으려는 대학에선 수시와 내신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영어 사교육도 경감되는 게 아니라 내신 중심의 또 다른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수학 등 여전히 상대평가가 적용되는 과목으로 일명 '풍선효과'가 생길 거란 전망도 적지 않다. EBS 수학강사인 유승철씨는 "변별력을 갖는 과목으로 수학이 부각될 것"이라며 "영어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쪽으로 많이 몰릴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영어 절대평가 도입이 확정되면서 변별력이 낮아질 거란 우려가 많다. 하지만 변별력은 수능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중요한 요소일 뿐, 영어를 잘하게 만드는 게 진정한 교육 목표인 걸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육부 김두용 과장은 "학교에서 말하기 쓰기 중심 교육이 강해지려면 수능이 약화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며 "9등급 체제를 유지하기 때문에 변별력에 큰 차이도 없고, 어차피 기존에도 영어로는 크게 변별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2021년도 대입의 경우 수학이나 다른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20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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