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첫 국정교과서이자 이번 2학기부터 실제 사용에 들어간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가 오류투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와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는 각각 '전근대'와 '근현대'를 배우는 역사 과목이어서, 정권이 강행 추진하려는 중고교 한국사 국정화 논란에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역사 관련 교수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인 역사교육연대회의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교과서 분석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단체에 따르면, 해당 교과서 18쪽에는 <고조선이라는 이름은 고려시대에 일연이 쓴 역사책 '삼국유사'에 처음으로 나온다. 고조선의 본래 이름은 조선이다. 단군왕검이 세운 조선을 위만 조선과 구별하기 위하여 '고'자를 붙인 것이다>라고 기술돼있지만, 정작 '위만 조선'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다.
연세대 사학과 하일식 교수는 "고조선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 데 비해 멸망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바로 삼국시대로 넘어가면서 부여나 삼한에 관한 내용은 거의 증발했다"고 지적했다.
85쪽에 태조 왕건의 어진이라며 쓰인 그림은 출처가 불분명한 데다, 복식 등으로 미뤄볼 때 왕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130~131쪽에 들어간 '도성도'는 지난 2007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에 쓰였던 지도와 같은 이미지인데도 경희궁을 그래픽 작업으로 삭제했다.
역사문제연구소 배경식 부소장은 "조선 초기의 모습을 설명하면서 지도에 경희궁이 들어가면 어색하다고 판단했는지 모르겠다"며 "경희궁은 모두 지웠으면서도 정문인 흥화문의 이름은 한자로 남겨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대회의는 152쪽에 '노비문서'라고 소개된 사진을 놓고도 "노비 신분을 면해주는 내용의 문서여서 '노비 문서'로 쓰이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해당 교과서의 사실 오류 문제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110쪽에 수록된 삽화에는 밥상 위 고려청자 식기 안에 김치로 보이는 붉은 반찬이 담겨있는데, 고추가 국내에 들어온 것은 조선 후기라는 게 정설이다.
또 91쪽에는 <송은 당 말기의 혼란기를 이겨내고 중국을 통일하였다>는 설명이 나오지만, 송은 907년 당이 멸망한 뒤 50년 넘게 지난 960년 건국했다.
연대회의 측은 "부정확한 역사 이해에서 비롯된 오류나,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비문 등이 적지 않다"며 "2009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인데도 2007교육과정의 교과서와 동일하거나 비슷한 문장도 38곳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국정제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교과서의 꼴을 제대로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감과 시스템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국정화를 통해 '질 좋고 오류 없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허구일 뿐이며, 이를 구실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인식의 주입 수단으로 삼고 있을 뿐이란 얘기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식 연구위원은 "정부는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역사는 한가지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 '한가지'가 엉터리인 경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라대 역사교육과 방지원 교수도 "이 역사교과서엔 잘못된 추론을 토대로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도록 만드는 요소가 도처에 있다"며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겠다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는 게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201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