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세로 접어드나 했던 메르스 사태. 하지만 22일 또다시 보건당국의 잇따른 방역 실패가 드러나면서 '3차 유행'으로 번질 우려를 낳고 있다.
가설에 근거한 격리 기준의 허점을 뚫고 '비(非)격리 확진자'가 또다시 지역 병원 곳곳을 전전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격리에서 풀려난 사람 가운데도 처음으로 확진 환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잠복기가 2주라는 '가설'에 기초한 방역체제의 맹점이 다시 한번 노출된 셈이다.
여기에 '거리 기준'에서 벗어났다며 격리에서 제외한 건국대병원의 6층 병동도 뒤늦게 폐쇄하면서, '종식 선언 시점'을 거론하던 당국의 오판을 두고 거센 비판이 일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2일 브리핑을 통해 이날 감염 사실을 공개한 171번(60·여)과 172번(61·여) 환자가 격리 해제 이후 발병했음을 공식 확인했다.
정은경 현장점검반장은 "두 환자는 지난 13일까지가 모니터링 기간이었다"며 "격리가 해제됐다가 발병한 첫 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격리 해제자 가운데 확진 환자가 나오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메르스 발생 이후 지금까지 격리 해제자는 9331명으로, 이미 1만명선에 육박하고 있다. 이날 현재 격리중인 사람도 여전히 3833명에 이른다.
171번 환자는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자가 격리됐다가 해제됐다.
이 환자의 가족인 123번(63)과 124번(36) 환자는 당국의 격리 대상에선 빠져있다가 지난 11일에야 확진 판정을 받았고, 123번 환자는 16일 결국 숨졌다.
당국은 "171번 환자는 지난 9일부터 미열이 있었지만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며 "하지만 감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12일 격리 입원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국은 이 환자가 지난달말 14번(35) 환자로부터 감염됐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놨다. 최대 잠복기인 지난 12일로부터 열흘 뒤에 확진을 받은 셈이어서, 당국 가설과 역학조사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된다.
대청병원 간병인인 172번 환자도 지난 3~13일 자가격리됐다가 해제됐지만, 이후 증상이 나타나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지난 15일 인근 주민센터를 방문한 사실도 드러나, 당시 상담한 주민센터 직원도 이날중 뒤늦게 격리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격리에서 해제된 이후로 증상이 나타나 열흘쯤 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어서, 격리 해제자 가운데 또다른 감염자가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메르스 발생 이후 지금까지 격리 해제자는 9331명으로, 이미 1만명선에 육박하고 있다. 이날 현재 격리중인 사람도 여전히 3833명에 이른다.
당국의 격리 대상에서 빠졌다가 새로운 전파 경로가 발생하는 사례도 또다시 등장했다. 이날 추가 확진된 170번(77) 환자는 지난 6일 76번(77·여) 환자로부터 감염됐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당국은 지금까지 76번 환자가 입원했던 병동에 대해서만 격리 등 조치를 취했을 뿐, 응급실에서 나온 뒤 5시간가량 머문 6층의 반대편 병동은 "거리가 멀리 떨어졌다"는 이유로 격리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이에 따라 당국은 부랴부랴 6층에 입원했던 모든 환자들을 전부 격리 대상자로 다시 설정하는 한편, 접촉했을 의료진 파악에 나섰다.
해당 건물을 이용한 방문객 등도 추적해 능동감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삼성서울병원의 감염기간 외래방문자가 4만명을 넘어선 걸 감안할 때 제대로 된 추적이 될지도 의문이다. 건대병원 투석실에서 감염이 우려되는 97명의 환자 역시 '뇌관'이다.
특히 170번 환자는 격리되지 않은 상태로 증상이 나타난 이후로도 경기도 구리의 카이저재활병원과 속편한내과 등 다른 의료기관도 방문, '지역 전파' 우려를 높이고 있다.
당국은 뒤늦게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전날 밤에야 허둥지둥 구리로 몰려가 두 병원을 추가 폐쇄했다. 11곳이던 '집중관리병원'도 앞으로 계속 늘어날 개연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진정세에 돌아선 것 같다"며 '메르스 종식 시점' 논의에 착수한 당국에도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집중관리병원'에서의 산발적 추가 발생만 막으면 이번 사태가 진화될 것으로 여겨왔지만, 또다시 곳곳에 방역 구멍이 뚫리면서 '3차 유행'으로 번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권덕철 총괄반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출구전략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추가 확산을 최대한 막는데 정부의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당국은 집중관리병원 11곳에 대한 격리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최대 잠복기 14일' 가설을 고수하던 입장에서 한발짝 후퇴하는 셈이다.
당국 관계자는 "집중관리병원인 중 일부에서 격리기간이 완료되는 시점에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격리해제 기간이 돌아와도 의심자에 대해선 핵산증폭법(PCR) 유전자 검사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민 전체가 메르스 종식만을 고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뒷북 방역' 비판은 피하기 힘들게 됐다.
특히 '1차 유행'이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68) 환자를, '2차 유행'이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를 놓쳐서 자초한 사태라면, '3차 유행'은 건대병원 등을 경유한 76번 환자로부터 비롯될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게 됐다.
201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