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메르스 사태의 '중대 고비'로 여겨온 12일을 맞았다. 메르스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환자들의 잠복기 마지막 날이다.
하지만 방역망이 잇따라 뚫리면서 사태 진정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이미 뒤로 늦춰졌다. 전국 곳곳의 병원들을 '3차 진원지'로 사태가 장기화될 개연성이 높아져서다.
지금까지 보건당국도 12일만 잘 넘기면 사태가 진정될 거라고 기대해왔지만, 이번에도 허무하게 뚫린 방역망은 '3차 유행'을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당국조차 자신들이 놓쳐버린 환자들이 거쳐간 병원을 진원지로 3차 유행이 시작될 거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관계자는 "중간에 중소병원을 거쳐서 가는 경우에 또 그 병원이 위험 노출지역으로 되는 것"이라며 "특히 양천구에 있는 병원의 경우에도 그런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즉각대응팀의 또다른 관계자는 "대전 을지대병원이나 일부 요양병원에서 환자가 많이 접촉하거나 노출된 게 있다"며 "여기서 또 문제가 어느 정도 발생하느냐, 이것들이 결국 다음 주에 진정될 지 아닐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주 진정 국면에 들어설 거라던 당초 기대는 온 데 간 데 없고, 다음주 역시 기약할 수 없는 상황임을 자인한 셈이다.
당국이 지목하는 '3차 진원지' 후보는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과 대전 을지병원, 경남 창원SK병원 등이다. 여기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또 당국의 방치 속에 감염 환자들이 경유한 중소 의원들이 다수 거론된다.
이미 메르스 증상을 나타낸 환자들이 짧게는 닷새, 길게는 열흘씩 입원한 곳들이라 접촉자도 부지기수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관측이 가능한 이유다.
특히 메르스 발생 3주를 넘기면서 이제는 감염 경로조차 알 수 없는 환자들까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의 위기경보는 여전히 '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음주에도 당국이 그리 뾰족한 방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지는 '지역 전파'로의 국면 전환은 사실상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