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당초 보건당국의 예상과는 다소 다른 '감염 패턴'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가까운 거리에서 장시간 노출시 감염 확률이 높다는 게 당국의 '가설'이지만, 실제 결과를 살펴보면 불규칙적인 양상을 띠고 있어서다.
28일 현재까지 확인된 국내 '1차 감염자'는 최초 환자인 A(68)씨뿐이다. 두번째 환자부터 다섯번째 환자까지는 모두 A씨로부터 '2차 감염' 됐다는 게 보건당국의 입장이다.
특히 이들 2차 감염 환자들은 모두 A씨가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머문 두번째 병원에서 감염됐다.
이를 두고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 경로는 '공기 전파'가 아닌 '비말 전파'로 추정된다"며 "가까운 거리에서 장시간 노출돼야 감염된다"고 전제하고 있다.
분비물의 크기가 5마이크론 이하일 때는 '공기 전파'로 전염성도 높고 범위도 넓지만, 그 이상일 때는 '비말 전파'로 전염 범위가 1~2미터 이내란 얘기다.
이른바 '밀접 접촉자'에 대한 자가 격리나 관찰 모니터링 역시 '비말 전파'를 토대로 운용중이다. 질병관리본부 양병국 본부장은 "지침상 2미터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경우를 '밀접접촉'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일단 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와 접촉한 의료진들에게선 불규칙한 패턴이 눈에 띈다. A씨가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되기 전 방문한 병원은 모두 4곳이다.
이 가운데 지난 12일과 14일, 15일에 걸쳐 세 차례나 방문한 첫번째 병원에서 피를 뽑고 주사까지 놨던 간호사(46·여)는 전날 새벽 음성 판정을 받았다.
또 A씨가 17일부터 나흘이나 입원해있던 네번째 병원의 진료 의사(29·여)도 전날 오후 음성 판정이 나왔다.
특히 모든 2차 감염자가 발생한 두번째 병원에서도 A씨가 사흘이나 머물렀지만, 의료진 가운데는 현재까지 의심사례조차 나오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 외에 특별하게 의미있는 검사 진행 사항은 없다"고 이날 새벽 밝혔다.
반면에 A씨가 지난 17일 잠시 들러 문진만 봤던 세번째 병원의 의사 E(50)씨는 열흘이 지난 전날 새벽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가장 '단시간' 방문한 병원에서만 의료진 감염이 이뤄지는 '역설'이 발생한 셈이다.
201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