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을 놓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논리의 덫'에 빠졌다.
"노후 보장 강화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높이겠다"는 당초의 여야 합의 내용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정책 목표가 '노후 보장'보다는 '충분한 적립금 보유'에 치중해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6일 오후 낸 해명자료를 통해 "기금 소진시점 2060년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의 재정상태를 나타낸 결과 값이지, 국민연금이 지향하는 목표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기금규모가 크다는 것은 운용의 문제이지 그 자체가 문제라곤 할 수 없다"며 "우리 나라는 제도 초기부터 고령화에 직면하고 있으므로 충분한 적립금 보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세대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낮춰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 확보'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그러나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하겠다는 여야 합의가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크게 훼손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소득대체율 40%'인 현행 체제에서도 2060년 기금 고갈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60년 기금 고갈'이 불가피하다면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일 경우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0.01%로 올려야 한다는 게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식 답변이기도 했다.
'소득대체율 상향을 통한 노후 보장 확대'란 정책 목표만을 놓고 보자면 "지금보다 1%만 더 내면 된다"는 야당 주장은 바로 복지부가 제공한 논리인 셈이다.
회사와 직원이 절반씩을 부담하는 걸 감안하면 실제 늘어나는 개인 부담은 0.5%p. 대신 가입자들은 실제 낸 보험료보다 평균 1.8배 많은 연금을 돌려받게 된다. 적은 비용으로 '노후 보장' 기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문제는 여야 합의 이후 복지부가 '노후 보장'보다는 '기금 확보 연장'에 초점을 맞춘 방향으로 연일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수치와 통계를 놓고 '해석'의 방향이 확 달라진 것이다.
복지부는 이날도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인 상태에서 2060년에 기금이 소진된다면, 2060년에는 당장 소득의 1/4 수준인 25.3%, 2083년에는 28.4%를 자녀세대가 보험료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0% 상향시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수치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정부가 얘기하는 '현행 40%'라는 건 2028년의 예상치일 뿐, 올해 소득대체율은 46.5% 수준이다. 즉 '40%→50%'로 인상되는 게 아니라 '46.5%→50%'로 방향만 돌려놓는 게 여야 합의의 골자다.
복지부 스스로도 전날 발표한 해명자료를 통해 "현행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하에선 2060년 기금 소진 이후 소득의 21.4%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소득대체율을 올렸을 때와 불과 3.9%p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연일 "여아 합의대로라면 지금보다 보험료를 두 배이상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금 고갈을 2088년까지 늦추려면 15.1%, 2100년까지 연장하려면 최대 18.85%로 보험료를 높여야 한다는 것.{RELNEWS:right}
하지만 이는 '기금 연장 및 유지·확대'를 위한 추계일 뿐, '노후보장 강화'와는 사실 큰 연관성은 없는 논리란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소득대체율 상향이 자식세대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이란 복지부 주장은 일종의 '협박'에 가깝다는 것이다.
야권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얘기하는 '부담'이란 결국 기금 연장에 필요한 비용일 뿐"이라며 "본질적으로 중요한 건 '노후 보장'의 실질성을 높이는 대책인데도 이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도 이같은 비판을 의식했는지, 지난 4일엔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하고 보험료를 1%포인트 높이더라도 노후소득 보장 효과는 제한적"이란 반론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을 100% 수용한다 해도 복지부는 또다시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어보인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데, 국민연금을 자유롭게 탈퇴하게 해달라"는 상당수 국민들에겐 또 어떤 잣대를 들이댈 것인지 궁금하다.
201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