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건설현장식당 비리 연루 혐의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13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특히 경찰 전현직 수뇌부에 집중된 이번 검찰 수사를 놓고 '수사권 독립' 문제 등으로 불거져온 검경(檢警) 갈등도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서울동부지법 최석문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오후 늦게 이뤄진 실질심사에서 "혐의 사실에 관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정도로 충분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런 상태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부당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으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수사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회의를 소집,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브로커 유상봉(65 구속기소)씨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1억 1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적용했던 검찰은 이번 영장 기각으로 수사 신뢰도에 일정 부분 치명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경찰 내부 불만은 한층 증폭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검찰 수사가 경찰 전현직 수뇌부에 치중된 데다, 본질인 '현장식당 운영권 비리'와는 다소 어긋난 '경찰 내부 인사'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왔다는 시각에서다.
경찰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 대해 "사실 '스폰서 검사'나 '그랜저 검사' 같은 검찰 치부 덮기용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다른 고위급 경찰 간부도 "수사권 독립 문제를 둘러싼 경찰 손보기 차원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수사 배경 자체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런 내부 분위기를 반영하듯, 조현오 경찰청장도 최근 검찰측에 유감의 뜻과 함께 공정 수사를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현오 청장은 이날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10만 경찰의 명예를 위해 철저하면서도 공정한 수사를 해달라고 최근 검찰측에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해 "돈을 준 사람은 구속돼있는데, 받은 사람을 불구속한다는 건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재청구 방침을 시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희락 전 청장 스스로도 유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면서 4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며 "이번 결정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불만을 간접 토로했다.
검찰은 또 전직 경찰 출신인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에 대해서도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이미 소환 조사를 마친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 다른 전현직 경찰 간부들에 대한 소환 조사 여부를 놓고도 검경간 물밑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1-01-14 오전 10:4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