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의 '특수임무'…견공 구출작전


"저쪽 골목으로 몰아!" "나는 벌써 두 마리 잡았어!".

한미연합훈련 사흘째인 30일 오후 연평도 면사무소 근처.

포격의 상흔이 여전한 골목 곳곳에서 검은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이 '토끼몰이식 진압 작전'을 펴기 시작했다.

잠시 주인 잃어 방황하는 견공들을 격리 보호하기 위한 '특수 임무'에 회원들이 투입된 것. 이 단체 회원 1백여 명은 이날 오전 연평도에 도착, "대민 지원에 나서겠다"며 임무를 개시했다.

대한적십자사의 무료 급식이 이뤄지던 연평초등학교는 이들의 숙소로 바뀌었고, 건물 외벽에는 "김정일 정권을 응징 보복하라" "김정일 김정은을 처단하자"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1천7백여 명이 살던 연평도에 이날 현재까지 남은 원 주민은 48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갑자기 주인을 잃은 반려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모습은 이제 연평도에서는 흔한 광경이 됐다.

면사무소측에서 파악하고 있는 연평도내 개는 3백 마리 정도로, 이 가운데 1백여 마리가 굶주린 채 배회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덩치가 큰 개들이 굶주리다 못해 공격 성향이 강해지면서 들개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

이에 따라 현지 군부대도 옹진군청과 동물 단체 등에 광견병 대책 마련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날 연평도에 들어온 동물보호시민단체 사단법인 '카라'의 이혜경(37)씨는 "개들이 뿔뿔이 흩어져있어 면사무소 공무원들이 밥을 주기도 어렵다"며 "정확한 개체수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 한 명과 함께 왔다는 이씨는 "일단 번식 문제가 없는 작은 강아지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주인들이 돌아올 때까지 보호할 것"이라며 "큰 개들은 각자 집에 묶어놓고 다니면서 밥을 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카라'는 지난 26일 한 포털 사이트에 "연평도에 남은 동물들이 보호받게 해달라"며 네티즌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카라'와 함께 들어온 인천수의사협회 관계자 3명도 연평도 곳곳을 다니며 구호 작업을 벌였다.

수의사협회 허주형(45) 회장은 "옹진군청과 연계해 동물 치료 및 보호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다친 개들은 보는 즉시 치료하고 주인 잃은 어린 개들은 격리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0-11-30 오후 4: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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