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시도 교육청과 갈등을 빚어온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강제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같은 방안이 확정될 경우 앞으로는 시도 교육청들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면, 법규 위반으로 간주돼 사법 처리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26일 열린 '교육개혁추진협의회'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성 지출 경비'로 지정하는 방안을 주요 개혁안의 하나로 채택했다.
이같은 내용을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이나 교육부 훈령인 '중기재정계획수립기준' 제정을 통해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교육감들이 반대해온 '지방채 발행'에 대해서도 다음달 국회에서 논의될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시도 교육청들이 "중앙정부가 공약해놓고 예산은 지역에 떠민다"며 반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사태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유아들의 학비와 보육료를 국가가 모두 지원해주는 교육 과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올해 필요한 예산이 3조 9천억원이지만, 절반에 가까운 1조 8천억원이 부족한 상태여서 '보육대란'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목적 예비비'로 편성해둔 국고지원예산 5064억원을 4월중 집행하되, 나머지 1조 2593억원은 각 시도 교육청이 지방교육채를 발행해 충당하라는 입장이다.
이에 시도 교육청들은 "지방 교육 재정에 부담만 떠넘기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한 차례 예산 편성을 거부했고, 지난 19일 열린 총회에서도 지방채 발행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방채 발행' 및 '편성 의무화'를 담은 개혁방안을 5월초에 발표하기로 하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역 교육청들간의 갈등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교육부는 "현행 교부기준이 학생 수보다 학교 수에 의한 배분 비중이 높다"며 "학생 수 감소 추세를 반영한 기준으로 재정수요를 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방교육청들로서는 재정 축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를 감안한 듯, 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회의에서도 "재정을 줄이는 데 중점이 있는 게 아니라, 비효율적 부분을 걸러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교육 재정을 줄이겠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늘리진 못해도 최소한 줄이진 않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부율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만 의무화될 경우, 지방 교육청들로서는 사실상의 재정 축소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내국세의 20.27%인 교부율을 25% 수준까지 늘려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며 "누리과정 예산의 의무 편성은 열악한 재정에 대못을 박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2015-03-26